오세훈 서울시장이 대중교통 요금 인상 문제에 대해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경영 합리화를 통해 비용·적자를 줄이는 것이 전제”라며 요금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오 시장이 내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는 여론 악화의 계기가 될 수 있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 시장은 17일 서울시청에서 취임 후 처음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코로나19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비롯해 직격탄을 맞은 시민들이 많은데 상식적으로 판단해봐도 교통 요금 인상을 검토하기에는 좋은 시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지나치게 적자 원인을 코로나19로 인한 승객 수 감소로 미루면서 경영 합리화를 성의 있게 진행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도 “적어도 내년 6월까지는 시가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과 시내버스·마을버스는 환승 할인 제도가 적용돼 별도로 요금이 인상될 수 없는 구조다. 서울시는 요금 인상의 대안으로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유휴 자산 매각을 통한 자구 노력을, 시내버스·마을버스에 대해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재정 지원을 각각 검토 중이다. 시의회에 제출할 추경예산안은 다음 주 중 공개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시의 대중교통 지원 방안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오 시장은 취임 초부터 집중해온 코로나19 방역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자가 진단 키트의 경우 “PCR(유전자 증폭) 검사보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는 반면 주기적·반복적으로 사용하면 단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콜센터·물류센터·학교 등에서 PCR 검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면서도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자제하고 중앙정부와 협의·합의를 통한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영업 제한 시간을 업종별 특성에 맞게 차등화하는 ‘서울형 거리 두기’ 역시 중앙정부와 협의를 거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근 경기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자체적인 코로나19 백신 도입 추진에 대해서도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민간을 통해 도입하는 것은 혼란을 부추기고 집단면역 형성 노력에 역행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코로나19 방역과 함께 고 손정민 씨 사건을 계기로 논란이 되고 있는 한강공원에 대한 음주 제한 규제에 대해서는 “오늘내일 갑자기 한강에서 치맥(치킨·맥주)이 금지되는 일은 없다”며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공론화·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선거운동 기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합의한 시정 공동 운영은 인사·정책 측면에서 이어간다는 구상을 밝혔다. 전임 고 박원순 시장 재임 기간에 과도하게 늘어났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시민단체·협동조합에 대한 예산 지원 문제는 점검을 강화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오 시장은 “올해는 이미 예산 집행 계획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하반기에 집행하면서 점검을 강화하고 내년도 예산 편성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오 시장은 선거 공약으로 제시했던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정책에 대한 이행 의지도 보였다.
/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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