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진출 이후 5년 만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첫 우승에 성공한 이경훈(30)이 이번에는 105년 역사의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에 도전한다.
올해 대회는 20일 밤(이하 한국 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키아와 아일랜드 오션 코스(파72)에서 개막한다. 우승 상금이 198만 달러(약 22억 4,000만 원)에 이른다.
이경훈은 대기 순번 3번이어서 출전 확률이 낮았는데 지난 17일 AT&T 바이런 넬슨에서 우승하면서 막차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는 18일 PGA 투어가 마련한 한국 미디어 대상 온라인 인터뷰에서 "여기 날씨가 좋아서 컨디션 관리하기에도 좋다"며 "지난 대회에서 비를 많이 맞아 피곤하지만 수요일까지 회복해서 1라운드부터 좋은 경기 하도록 몸 관리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티타임 배정에 기대감도 보였다. "그동안 뒤 조 아니면 맨 앞에서 쳤는데 이제 (우승도 했으니) 좀 더 좋은 시간대에 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설명. "이번 주에 누구하고 몇 시에 치게 될지 확인하면 좋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이번 PGA 챔피언십 코스는 최장 7,876야드에 이른다. 미국 골프닷컴에 따르면 메이저 대회 역사상 가장 길다. 올 시즌 드라이버 샷 거리가 296.9야드로 공동 95위 수준인 이경훈에게는 또 다른 큰 도전인 셈이다.
마침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히는 대회다. 이경훈은 언젠가 매킬로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미국 무대에 뛰어들었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나갈 수 있는 대회도 많아졌다. 꿈에 그리던 마스터스는 물론 70∼80명만 나가는 대회도 출전할 수 있게 됐는데 새로운 목표가 자꾸 생기니까 더 재밌고 흥분되는 것 같다"고 했다.
2016년 한국 오픈 우승 이후 거의 5년 만의 우승에 간밤에 축하 메시지만 300통 정도 받았다는 이경훈은 "그레그 노먼이나 마이크 위어 같은 선수들이 소셜 미디어에 축하 메시지를 남긴 것은 몰랐다"며 "최경주, 강성훈 프로님도 18번 홀에서 기다렸다가 축하해주셨는데 이렇게 대단한 분들의 축하를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미국 진출 이후 가장 힘들었던 때가 첫해였다고 말한 그는 "대회를 열 몇 개 나갔는데 상금으로 5,000 달러밖에 못 벌고 시드까지 잃었다. 그때 한국 오픈에 가서 우승하고 다시 도전할 용기를 얻었다"고 돌아봤다. 도쿄 올림픽 출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은 구체적인 목표보다 매 대회 좋은 플레이를 하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하는 정도"라고 자세를 낮췄다.
페덱스컵 랭킹 29위로 올라선 이경훈은 "올해 힘내서 30등 안에 들어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까지 가는 것이 목표"라며 "후원사인 CJ가 개최하는 더 CJ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도 싶다"고 다짐했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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