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습니다. 이날 오전에는 비트코인의 폭락에 월가가 술렁였는데 오후2시에 발표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투자자들을 다시 한번 놀라게 했죠. 비트코인은 오후 들어 4만 달러 전후로까지 회복했지만 연준의 의사록은 증시에 부담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10년 만기 미 국채수익률도 오후 들어 한때 연 1.692%대까지 올랐죠.
오늘은 연준의 4월 의사록과 시장의 위험자산 회피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연준, 테이퍼링 첫 언급…“인플레는 잘 관리 될 것”
4월 의사록의 핵심은 이 한 문장에 담겨 있는데요.
“많은 수(A number of)의 참석자들은 만약 경제가 계속해서 위원회의 목표를 향해 빠르게 개선된다면 다가오는 FOMC 회의에서 자산매입 속도를 조정하는 것에 대한 계획을 논의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
우선 자산매입 속도 조정에 주목해야 합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정확한 시간표는 없지만 자산매입 조정을 시사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는데요. 공식 의사록에서 자산매입 축소를 언급한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월가에서 “연준이 테이퍼링에 대한 첫 신호를 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실제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글로벌 전략과 중앙은행 전략팀 헤드는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연준의) 톤에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완화적 통화정책의 실질적인 변화를 시사했다”고 봤습니다.
여기에 ‘많은 수’라는 부분도 중요합니다. 이는 FOMC가 테이퍼링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으며 그들이 생각하는 조건이 충족하면 자산매입 축소가 시작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연준의 경고 신호가 계속 나온 후 내년 초부터 실제 자산매입 축소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데요.
또 하나의 관심 사안인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공급 병목현상과 물가상승의 장기화를 우려하면서도 대부분은 연준의 목표(평균 2%)가 잘 달성될 것으로 봤습니다. 의사록은 “많은 참가자들은 공급망 병목현상과 공급부족이 빠르게 해결되지 않을 수 있으며 이 경우 가격상승 압력이 올해를 지나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며 “일부 업종에서는 공급망 교란이 예상보다 지속적이고 비용상승을 이끌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부터인데요. 의사록은 “이같은 단기적인 변동성에도 많은 이들은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기대는 위원회의 장기목표 달성에 필요한 수준에 잘 고정될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전했습니다.
정리하면 대다수 FOMC 위원들도 공급병목현상과 물가상승 장기화가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는 겁니다. 즉 위험요소임은 분명한데 장기적으로 보면 인플레는 큰 문제가 없다는 얘기죠.
우리가 구분해야 할 것은 위험요소와 실제 위험은 다르다는 겁니다. CNBC는 “연준은 그들이 일시적이라고 생각하는 인플레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해석했습니다.
고용보고서는 ‘-’·물가지표는 ‘+’…“연준 입장 좀더 기다려야”
이 대목에서 하나 더 살펴볼 것이 4월 FOMC가 있었던 날입니다. 이날 공개되긴 했지만 4월 회의가 있을 때의 내용을 담은 것이기 때문이죠.
4월 FOMC는 지난달 27~28일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쇼크를 줬던 4월 고용보고서와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위원들이 보기 전입니다.
이 부분은 중요합니다. 당초 4월의 경우 100만개 이상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측이었죠.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26만6,000개 증가에 그쳤습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여전히 8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고용시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이죠.
이는 연준 입장에서 보면 긴축 시간표를 당길 수 없는 마이너스적 요소입니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이 4월 CPI 발표 직후 물가보다 고용을 더 중요 시하겠다고 하기도 했죠.
반면 4월 FOMC 때 없었던 4월 CPI 전년 대비 4.2% 폭증은 긴축시간표를 당겨야 하는 플러스 요인입니다. 연준 내부에서도 “놀랐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상승폭이 컸기 때문이죠. 아무리 연준이 고용을 중시한더라도 큰 폭의 물가상승이 지속하면 버티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저소득층과 봉급생활자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사안들을 고려하면 연준의 명확한 스탠스를 알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옵니다. 다음 FOMC에서 위원들이 새로운 데이터와 최신 동향을 반영해 전망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죠. 의사록은 “연준의 목표를 달성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반복해 정책의 여지를 계속 남겨둔 상태입니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예상보다 강력한 CPI가 4월 회의 이후 나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함과 동시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바꿀 노동지표(4월 일자리 보고서)는 실망스러웠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투자자들이 언제 연준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거두기 시작할지를 알기 위해서는 더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습니다.
일단 7~8월 여름을 지나 9월은 돼야 한다는 겁니다. 이안 린젠 BMO의 전략가는 “명백히 우리는 해답보다 의문점이 더 많다”며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흔들리는 위험자산…증시 10% 조정 가능성에 변동성도 지속
월가에서는 연준이 테이퍼링에 대한 신호를 준 것과 함께 위험자산 가격이 이날 급락한 것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연준이 긴축을 시작하고 향후 금리를 올리면 위험자산 선호현상은 약화할 수밖에 없는데요.
WSJ는 위험자산의 전반적인 약세에서 증시와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떨어진 점에 주목했습니다. 앞서 전해드렸듯 이날 다우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이 모두 하락했고 비트코인도 가격을 회복하긴 했지만 가격붕괴에 가까운 수준으로 폭락했었죠. 비트코인 가격 폭락 뒤에는 중국발 규제 리스크와 일론 머스크 악재 등이 뒤엉킨 것이지만 이전부터 가격 논란이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해 캔드리암의 나데지 뒤포세는 “지금의 핵심동인은 중앙은행”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의 방향성을 알 수 있는 9월 이후 연준의 테이퍼링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데요. 향후 인플레이션을 비롯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시가 10%가량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는데 동시에 기업들의 좋은 실적과 코로나19 백신접종 확대는 증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입니다.
여기에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이날 3.3%나 하락했습니다. 계속해서 비트코인이 급락하면 기술주를 비롯해 주가가 많이 상승한 종목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겠죠. WSJ는 “투자자들의 위험선호 현상이 줄면서 주식과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졌고 해외증시와 유가도 하락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렇게 연준의 움직임은 전 세계적인 돈의 흐름과 자산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줍니다. 이날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통화정책과 관련해 “우리가 그것을 논의할 시점에 아직 가지 도달하지 못했다”면서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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