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의혹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기소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 비서관이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이규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 등과 공범 관계라며 함께 재판에 넘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엿새 앞으로 다가온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 청문회 등 변수가 많아 대검찰청이 최종 결정까지 고심을 거듭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 비서관을 기소한다’는 방침을 최근 대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이 비서관, 차 본부장, 이 검사의 상호 통화 기록, 당사자 진술 등을 토대로 기소 쪽으로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비서관은 2019년 3월 22일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차 본부장, 이 검사의 업무를 조율하며 불법 출국 금지 과정 전반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또 같은 해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이 검사의 불법 출금 조치 혐의를 수사하자 당시 조국 민정수석에게 “이 검사가 곧 유학 갈 예정인데 수사를 받지 않고 출국할 수 있도록 얘기해 달라”고 부탁한 혐의도 있다. 앞서 기소된 차 본부장과 이 검사는 물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에도 이런 혐의가 담겼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수사가 막바지 국면으로 접어든 데다 수사팀이 기소로 방침을 굳힌 만큼 조만간 대검이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기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김 후보자 인사 청문회가 오는 26일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통상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명될 경우 검찰은 수사가 진척된 주요 사건은 마무리한다. 차기 검찰총장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다. 게다가 내달 초로 예상되는 검찰총장 임명 이후 대대적 검찰 인사가 예정돼 있다. 검찰총장 직무대행인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가 차기 검찰총장 인선 전 이 비서관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또 기소 결정을 미루면 앞으로 있을 인사 청문회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각될 수 있다는 점도 기소 결정에 무게가 실린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총장 인선 시기에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보고를 늦추는 경향도 있다”며 “대검이 수원지검 수사팀으로부터 ‘기소 방침’ 등 보고를 받은 자체가 이 비서관 신변 처리를 마무리한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 비서관이 각종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수원지검 등에서 양 갈래 수사를 받고 있어 최종 판단이 차기 검찰총장의 ‘몫’으로 남겨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기소 여부 결정만으로 수사가 완료되지 않는 만큼 모든 판단을 차기 검찰총장에게 맡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관여 의혹은 수원지검이, 기획 사정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수사 중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비서관에 대한 기소 결정이 수사 마무리를 뜻하지 않는다”며 “불법 출국 금지 의혹, 기획 사정 등 의혹에 따라 수사가 마무리가 아닌 확대 국면으로 흐를 수 있어 대검이 판단을 유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 비서관 외에 박상기·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까지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도 대검 입장에서는 부담”이라며 “대검이 기소 승인 등 결정을 차기 검찰총장 임명 이후로 늦출 수 있다”고 예측했다.
/안현덕·이진석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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