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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살인자' 방치 땐…뇌·심혈관도 침묵

◆국내 성인 3명 중 1명 '고혈압'

세계 사망위험 요인 1위이지만

특별한 증상 없어 관리에 소홀

뇌졸증·심부전 등 합병증 유발

뒷목 뻣뻣하고 손발 저리면 유의

운동은 필수…악화땐 약물치료도





고혈압은 우리나라 성인 3명 가운데 1명이 앓고 있을 정도의 ‘국민 질환’이다.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상,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을 일컫는 고혈압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아 방치하기 쉽다. 고혈압을 제 때 조절하거나 치료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하면 뇌졸중·심근경색·심부전 등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고혈압은 현대인들에게 만병의 근원인 만큼 발생 원인 제거·생활 습관 개선·약물 치료 등을 통해 혈압 조절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료기관에서 고혈압 진료를 받은 환자는 총 671만671명이다. 혈압은 높지만 고혈압 진단까지는 받지 않은 사람은 이보다 훨씬 많다. 대한고혈압학회가 지난 2020년 발표한 고혈압팩트시트에 따르면 약 1,200만 명이 고혈압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20세 이상 인구가 4,000만 명 정도, 30세 이상 인구가 약 3,400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략 성인 3명 중 1명은 고혈압이라는 얘기다.

세계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고혈압을 갖고 있지만 고혈압이 부동의 사망 위험 요인 1위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이는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자 세계고혈압연맹은 지난 2005년 매년 5월 17일을 세계 고혈압의 날로 지정해 고혈압의 위험을 알리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5월을 ‘혈압 측정의 달’로 정해 매년 캠페인을 전개한다.

의료진들도 고혈압은 결코 가벼이 여길 질환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안재윤 경북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고혈압 만으로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는 드물지만 과도하게 혈압이 높을 때는 그 자체만으로도 응급 상황이다. 또 응급실을 찾는 뇌졸중·심부전 등 뇌·심혈관 질환 환자 대부분은 고혈압을 동반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평소 고혈압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다 응급실에 내원해서야 비로소 고혈압의 무서움을 깨닫는 환자가 적지 않다. 고혈압 환자는 평소에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고 생활 습관을 조절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혈압의 흔한 증상은 목 덜미에서 뒷 목으로 이어지는 부분에 느껴지는 뻣뻣함·두통·어지럼증이다. 간헐적으로는 안면이 붉게 달아오르는 느낌, 가슴 두근거림, 호흡곤란, 손발 저림 등도 고혈압의 증상일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없어도 고혈압인 경우가 많다. 고혈압 환자 2명 중 1명은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고종훈 서울시 서남병원 순환기내과 과장의 설명이다. 그는 “고혈압은 평생 치료해야 하는 만성 질환으로 잘 관리하고 치료하면 건강한 생활이 가능하다"면서 "하지만 증상이 없다고 치료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고혈압 치료의 첫 단계는 건강한 식생활과 운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 과장은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혈압 상승의 원인으로 취미 생활 및 운동 등 자신만의 방법으로 긴장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과체중인 사람은 혈압발생 위험이 3배 이상 높기 때문에 식이요법을 병행해 운동으로 열량을 소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운동은 주 3회 이상 땀이 나고 숨이 어느 정도 차고 맥박이 빨라질 정도로 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고혈압은 정도에 따라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혈압 약은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여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성지동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체중 감량·식이조절 등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 약의 효과를 충분히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거나 약의 효과가 좋아서 용량을 조금 줄여도 충분히 혈압이 잘 조절될 것으로 기대되는 경우 복용 중단이나 복용량 조절을 시도해볼 수 있다”며 “의사와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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