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울산에서 민주노총 플랜트건설노조 소속 조합원 2,000여명이 수차례 집회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비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 차례 150만원 과태표 처분에 그친 데다 사태가 일단락되자 방역을 책임지는 송철호 시장이 민주노총과 만나 환담을 나눈 사실이 전해지면서 또 다시 빈축을 사고 있다.
23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울산시 등에 따르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달 7일부터 울산 북항에 있는 ‘동북아 오일-가스허브 북항사업’ 공사 현장에서 지역민 고용 등을 요구하며 한 건설사를 상대로 매일 번갈아가며 집회를 열었다.
한국노총은 집회 참여인원을 49명으로 제한한 반면 민주노총은 많은 인원을 여러 장소에 나눠 집회를 연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노총 참가인원을 보면 이달부터 1,000여명을 넘어섰고 지난 12일엔 2,000여명이 집회를 신고했다. 경찰은 신고된 인원 전원이 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했다.
울산시는 이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50인 미만의 집회와 시위만 허용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 측이 10회 가량 방역수칙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과태료는 1회 150만원에 그쳤다. 과태료를 부과한 울산 남구청은 “대부분 집회 인원이 분산돼 있어 1회 과태료 처분을 했다”고 해명했다.
반면 한국노총 등이 제공한 민주노통의 집회 사진에선 방역수칙 위반이 매번 확인됐고 이 과정에서 양측의 충돌도 여러차례 발생했다. 오래전부터 갈등이 있었던 양대 노총은 5년 전부타 홀짝수로 집회일을 나눴으나, 이번 사태에선 상대 집회일에 ‘참관’하기 시작하면서 충돌이 벌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양측은 집회 과정에서 3차례 충돌했다.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 5명이 폭행을 당해 1명은 안와 골절, 또 다른 1명은 코뼈와 갈비뼈 골절을 당했다. 나머지 1명은 치아 함몰로 수술을 앞두고 있다. 경찰도 3명이 다쳤고 이 중 1명은 코뼈가 골절됐다.
이번 방역지침 위반과 폭력 사태는 지난 13일과 14일 양대노총이 건설사와 각각 합의하면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17일 송철호 울산시장이 민주노총과 단독 간담회를 갖고 환남을 나눈 사실이 전해지면서 한국노총 조합원을 사이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 울산본부 관계자는 “환담 계획을 보니 ‘노조 및 사측 관계자와 그간의 노고에 대한 감사’가 포함돼 있었다”며 “누구는 맞아서 누워 있는데 시장은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어기고 폭행까지 저지른 상대방과 만나 환담했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17일은 코뼈와 갈비뼈 골절을 당한 조합원이 수술을 받는 날이었고, 2명은 수술 대기 중이었다.
이에 대해 울산시는 “양대 노총의 갈등 관계로 간담회를 같은 날 진행할 수 없어 한쪽부터 한 것”이라며 “오는 26일 한국노총과도 간담회 일정이 잡혀 있다”고 해명했다.
민주노총 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 관계자는 “지역민 고용과 노동조건 후퇴를 막기 위한 집회였는데 한국노총이 사용자에게 휘둘린 면이 있다”면서 “사용자가 의도적으로 일으킨 노·노 갈등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방역지침 위반과 관련해서는 “분산해서 집회를 가졌으나 마찰이 몇 차례 있었다”고 해명했다.
/울산=장지승 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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