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한국개발연구원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철밥통’으로 대표되는 공직 사회에 변화를 주려면 공무원 인사부터 혁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두 가지를 우선 과제로 꼽았다.
첫 번째는 행정고시(5급 사무관 공채)를 폐지하고 7급 공채를 확대하자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소수의 정부 엘리트가 민간을 이끌던 시대는 지났다”며 “행정고시 출신과 7급 공채 출신 역량의 격차가 처우만큼이나 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공무원은 7급 출신보다 20년쯤 앞서 간다.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실·국장(1~3급)의 경우 차관으로 올라가지 못하거나 같은 부처의 고시 동기·후배가 상급자로 승진하면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50대 초중반에 옷을 벗는 현실은 인재를 낭비하는 요인이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의 산하 기관 낙하산 논란도 곧잘 불거진다.
두 번째는 실·국장 자리를 전면 개방형 임용제로 바꾸는 방안이다. 개방형 임용제는 폐쇄적인 공직 사회에 활력을 높이고 공무원의 전문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외환 위기 직후인 1999년 정부 혁신 과제로 추진됐다. 원래 정부 안은 30% 개방이었지만 국회 통과 과정에서 20% 개방으로 줄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개방형 직위의 공무원과 민간 출신 비율은 현재 6대 4쯤 된다. 박 교수는 “권한을 줄여야 할 곳부터 민간에 개방해야 하는데 대개 인기 없는 자리를 개방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일시 전면 개방은 충격이 크므로 점진적으로 확대하자고 했다. 박 교수는 “과장이 국장으로 승진하는 데 10~15년쯤 걸린다“며 “기존 행시 출신의 불이익을 최소화하도록 그 기간을 유예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권구찬 선임기자 chan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