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삼황오제’를 놓고 여러 설이 전해지는데 그중에서도 삼황이 복희(伏羲)·신농(神農)·여와(女?)를 지칭한다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 여와는 ‘수인(燧人)’ 혹은 ‘축융(祝融)’으로 불리기도 한다. ‘불의 신’이라 알려진 축융은 불을 발명해 인류가 익힌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했다. 복희는 물고기를 잡고 사냥하는 법을, 신농은 농사 짓는 방법을 각각 가르쳤다고 한다.
축융이 수천 년 만에 우주에서 소환됐다. 지난 22일 중국 최초의 화성 탐사 로봇 ‘주룽(祝融)’이 화성 표면에 성공적으로 착륙해 탐사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화성에서 탐사 로봇을 작동시킨 나라가 됐다. ‘주룽’이라는 이름은 지난 2월 인터넷 공모를 통해 정해졌는데 당시 중국 국가항천국은 “중국의 행성 탐사에 불을 붙이는 것을 뜻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의 우주 개발 역사는 반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 4월 24일 중국의 첫 번째 인공위성인 ‘둥펑훙(東方紅) 1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된 게 시초다. ‘중국 로켓의 아버지’라 불리는 첸쉐썬 박사가 미국에서 돌아와 15년 만에 거둔 값진 쾌거였다. 1935년 국민당 정부 시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첸 박사는 당대 최고의 로켓 기술자로 손꼽혔다. 하지만 1950년대 초 불어닥친 매카시즘 광풍은 그를 공산주의자로 몰아붙였고, 때마침 마오쩌둥의 구애로 20년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둥펑훙 1호 성공으로 우주 산업에 자신감을 갖게 된 중국 정부는 ‘우주 굴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우주 산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한국의 우주 발사체 개발·운용 기술 수준은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60%에 불과하며 중국(85%), 일본(85%), 유럽연합(92%) 등과 비교해도 턱없이 낮다. 우주 개발은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확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래 세대의 먹거리가 될 우주 산업에 대한 중장기 비전을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와 꾸준한 연구개발(R&D)에 힘써야 할 때다.
/정민정 논설위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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