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역대급’ 폭염은 아니더라도 평년보다는 더울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이 지난 24일 내놓은 '2021년 여름철 3개월 전망(6~8월) 해설서’에 따르면 올 여름 기온은 6월과 7월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고 8월은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기상청의 전망은 벌써부터 피부에 와 닿고 있다. 지난 5월부터 벌써 전국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는 등 초여름 더위가 시작됐다.
더위와 강한 햇볕은 온열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더위가 일찍 시작했기 때문에 온열 질환에 더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올 여름은 평년보다 덥고, 특히 5월이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초여름 이른 더위에 신체가 적응하지 못해 온열 질환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열 질환은 보통 5월 말부터 증가하는데 폭염 일수가 많은 해에는 사망자가 급증한다. 실제 폭염 일수가 8.6일에 불과했던 지난해 5~9월은 온열질환 사망자가 1,078명에 그쳤다. 하지만 폭염 일수가 31.4일을 기록했던 2018년에는 사망자가 무려 4,526명에 달했다.
온열 질환은 열탈진(일사병)·열사병 등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이다.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두통·어지러움·근육 경련·피로감·의식 저하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방치하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일사병은 대체로 강한 햇볕에 오래 노출돼 발생하고 열사병은 온도와 습도가 높은 곳에서 몸 속의 열을 배출하지 못해 발생한다. 맥박은 일사병은 약하고 열사병은 빠르다. 일사병이 심해지면 열사병이 될 수도 있다. 이승연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일사병과 열사병 모두 고온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발생하며, 일사병은 열사병에 비해 가벼운 증세”라며 “일사병은 휴식을 취하면 비교적 쉽게 회복되지만, 열사병은 제 때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회복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규칙적인 수분 섭취…술·카페인 음료는 탈수 유발
일사병과 열사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햇볕이 강한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또 몸에 꽉 끼지 않는 헐렁한 옷을 입어 체온을 발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이나 이온 음료 등을 자주 섭취해 몸 속 수분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갈증이 느껴지지 않더라도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온열 질환은 탈수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백진휘 인하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시간을 정해놓고 규칙적으로 물을 마시고 되도록 햇빛 노출을 삼가며 부득이한 외출 시에는 그늘진 장소를 찾아 가야 한다"며 "야외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규칙적으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술이나 커피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는 피하는 것이 좋다. 술은 체온을 높이고 카페인 음료는 이뇨 작용으로 인한 탈수를 유발하는 탓이다.
온열 질환 초기 증상이 나타날 때는 반드시 활동을 중단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병원을 찾아 응급 처치를 받을 필요가 있다. 조현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두통이나 어지러움, 메쓰거움이 느껴지는 경우 반드시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물을 마시거나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변에 온열 질환 환자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 교수는 “온열 질환 환자가 발생하면 옷을 풀어주고 시원한 물수건 등으로 몸을 닦아 체온이 내려가도록 해야 한다"며 "단 의식이 없는 경우 억지로 마시게 하지 말고 신속하게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약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이신호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이나 지병이 있으신 분들은 온열 질환에 신체가 대응하는 능력이 약해져 있는 만큼 온열질환이 발병하지 않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