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문재인 대통령의 여야 5당 대표 초청 오찬간담회의 목적은 당초 한미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협력 요청때에 있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여야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 동맹이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었던 뜻깊은 기회”라며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야당 대표들은 그러나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뿐 아니라 민생 문제도 챙겨야 한다고 강하게 지적하며 신경전에 나섰다. 특히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각종 민생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 대표 대행은 “다양한 백신 확보가 여전히 더디다”며 “국민은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무슨 백신을 언제 맞을 수 있는지, 선택할 수 있는지, 언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지 계획표를 보여달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 대행은 또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영업 손실은 당연히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 대통령의 속 시원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소득 주도 성장,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서도 “경제정책의 전면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 대행은 아울러 “주택문제도 지옥이고 세금 폭탄도 너무 심각하다”며 “일자리 절벽에 절망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하던 젊은이들이 암호화폐로 눈을 돌린 지 오래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임기 말 성과에 쫓겨 북한과 원칙 없는 대화를 추진하는 데 반대한다”며 대북전단금지법 폐지, 북한 인권 개선 조치, 북한인권대사와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 등을 요구했다. 김 대표 대행은 최근 인사청문 정국에서 불거진 문제들도 거론하며 청와대 인사라인을 교체할 것도 촉구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백신 문제 해결, 원전 사업 재개 등을 건의하며 문 대통령 압박에 동참했다. 안 대표는 “RNA(리보핵산) 백신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굉장히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신한울 1호기에 대해 6개월 동안 운영 허가가 나고 있지 않은데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여야정 간 만남 정례화를 여러 차례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실현된다면 국민도 정치를 신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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