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씨와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 A씨 측이 "손씨와 술을 마시기 시작한 시점부터 '블랙아웃'을 겪어 8시간 동안 기억이 거의 없었다"고 29일 주장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 정병원 변호사는 첫 입장문 이후 12일만인 이날 두 번째 입장문에서 "지난달 24일 오후 11시 14분께 A씨가 손씨와 새로 술자리를 시작한 시점부터 이튿날 오전 6시 10분께 한강공원에 부모와 함께 방문을 마치고 귀가하기까지 기억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손씨를 만나기 전 다른 술자리에서 청주 2병을 마셨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변호사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A군이 겪은 기억장애, 만취 상태에서의 움직임 등이 극히 이례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손씨가 물에 들어가게 된 이유를 A씨가 알거나 연관돼 있을 것이라는 손씨 유족 측의 의혹도 반박했다. 유족은 A씨가 사건 당일과 이튿날 "손씨가 언덕에서 신음을 내며 굴러 끌어올린 기억이 난다"는 등의 말을 했다며 의심의 눈길을 보낸 바 있다.
정 변호사는 A씨가 관련 내용을 1차 참고인 조사 때부터 일관되게 경찰에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언덕과 강 사이 일정한 거리가 있고, A씨에게는 물에 젖은 흔적이 전혀 없는 점에 비춰 언덕 부근에서 손씨를 끌어올린 기억과 입수는 무관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A씨가 귀가했다가 오전 5시께 공원에 돌아온 뒤 A씨 아버지와 함께 15분 이상 강비탈만 번갈아 오르내렸다는 지적도 반박했다. 그는 "A씨와 아버지가 강비탈 부근에 머문 시간은 각각 7, 8분 정도"라며 "놀기 시작한 장소로 지목된 곳 주변에 손씨가 누워 있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해 둘러봤지만 발견하지 못했고, 강비탈 아래쪽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공간이 있어 혹시 그쪽에 있는 게 아닌지 확인하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티셔츠·신발, 낡고 토사물 묻어 버린 것”
A씨가 술자리에서 입었던 티셔츠를 이튿날 신발과 함께 버린 점과 관련해 정 변호사는 "티셔츠는 2장에 만 원 정도로, 오래 입어 낡은 상태에서 토사물까지 묻어 버렸다"고 했다. A씨 측은 신발도 낡고 토사물이 묻어 버렸다고 설명했었다.
사건 당일 사라진 A씨 휴대전화와 관련해선 "A씨 휴대전화가 계속 한강공원 부근에 있었던 것으로 나올 뿐, 집 근처로 이동한 적이 없다"며 "A씨 측에서 휴대전화를 은폐했을 것이라는 의혹 또한 사실무근"이라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손씨 실종 당시 A씨 측이 수색에 비협조적이었다'는 유족의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A씨 아버지는 지난달 26일 또는 27일 손씨 어머니에게 손씨를 찾는 것과 관련해 전단지 배포 등을 언급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하지만 어머니는 '요새는 인터넷 등을 활용해 찾고 밖으로 나갈 일이 별로 없으니 괜찮다'며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후 유족이 A씨를 의심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수색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기가 곤란해졌고, '마녀사냥' 분위기 속에 A씨와 부모가 신원이 노출되거나 공격을 당할 우려가 불거져 외출이 어려웠다는 것이 정 변호사의 설명이다.
“A씨, 고인 사망과 관련 없단 정황만 나와”
정 변호사는 또 A씨와 부모가 경찰의 임의제출 및 조사 요청에 성실히 임했다며 "A씨와 부모가 거듭 받은 참고인 조사, 최면 조사, 프로파일러와의 면담 등은 참고인조사로서는 대단히 이례적인 것"이라며 "적으로는 받을 이유가 없는 조사인데도 A씨와 가족은 조사 시간 변경 요구 한 번 없이 모두 응했다"고 강조했다. "경찰의 철저한 조사에도 A씨가 무엇인가 고인의 사망에 작용했다는 증거는 전혀 발견된 바 없고, 오히려 A씨가 고인의 사망과 관련이 없을 것이라는 정황들만 계속 발견되고 있을 뿐"이라고도 했다.
정 변호사는 "유족은 실체적·객관적 진실 발견이 오직 A씨 측에 달려있다는 전제하에 여러 의혹을 제기하며 추가 수사를 요청하고 있다"며 "절박한 심정을 전혀 납득 못 할 바는 아니나, 책임이 오로지 A씨 측에게 있음을 전제하는 것으로 지나치게 결과론적인 억측이 아닐까 한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이어 "지난 입장문에서 근거 없는 억측과 제기, 신상털기 등 각종 위법 행위를 멈추어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지만 계속되고 있다"며 "더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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