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개월도 안 된 자신의 아기를 동거남이 시끄럽게 운다는 이유로 상습적으로 때리는 데도 이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20대 여성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여성은 아기가 위급한 상황인데도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는 동거남이 학대로 처벌받을 것이 두려워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것으로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동거남은 "살해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보지도 못한 채 살해됐다"며 "어떠한 방법으로도 되돌릴 수 없고 보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30일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문세 부장판사)에 따르면 A(23)씨와 B(24)씨는 지난해 4월부터 교제했으며 당시 B씨는 임신한 상태였다. 전 남자친구와 사이의 아이였다.
B씨는 출산 후 아이를 곧바로 입양 보내기로 A씨와 약속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C군을 출산한 뒤 당분간 건강 상태를 체크해야 해 함께 지내기로 했다.
A씨는 C군이 세상에 나온 지 겨우 20일이 막 지난 시기부터 시끄럽게 운다는 이유로 때리기 시작했다. A씨는 이후 일주일간 C군의 머리를 반복적으로 때렸다. 울면 운다고 또 때렸다. C군의 이마에 멍 자국이 보이자 이를 피해 때리기도 했다.
B씨가 "왜 이렇게 세게 때리냐"고 하자 A씨는 "입양 보낼 건데 정 주지 말라"며 계속 때렸다. 분유를 '쪽쪽' 거리면서 먹어 시끄럽다며 때리려 한 적도 있다. 그런데도 B씨는 이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고 격리 등의 조처도 하지 않았다.
신생아의 머리뼈는 골화되지 않아 쉽게 변형된다. '대천문'이 닫히기 시작하는 생후 12개월 전까지는 머리 부위에 충격을 받으면 숨질 가능성이 크다.
B씨는 C군이 숨을 헐떡거리고 몰아 쉬는 등 호흡이 불안정한 것을 발견하고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는 A씨의 학대 사실이 발각될까 봐 두려워 방치했다.
C군은 호흡 불안 30분 만인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3시 10분께 숨이 멎었다. 그제야 B씨는 119에 신고해 C군을 병원 응급실로 옮겼으나 이미 뇌사 상태였고 다음날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태어난 지 29일 만이며 당시 C군의 키는 46㎝, 몸무게는 4.23㎏에 불과했다. 눈썹 윗부분과 이마 양쪽에 심한 멍 자국이 발견됐다.
아동학대를 의심한 병원 측의 신고로 이들은 경찰 조사를 받았고 C군에 대한 부검도 진행됐다. 수사가 시작되자 A씨는 참고인으로 출석해 "B씨가 C군에게 분유를 먹인 뒤 눕히려다가 떨어뜨렸다"고 거짓말했다.
C군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담당자는 "C군의 머리 전체 여기저기에 출혈이 있는데 발생 시기가 다르다"며 "머리에 대단히 큰 외력이 가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결국 A씨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B씨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을 받고 법정구속 됐다. 재판부는 A씨에게 7년간, B씨에게 5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하고 B씨는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을 40시간 이수하도록 했다.
/박동휘 기자 slypd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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