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환경 분야 다자 회의인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가 이틀간의 일정으로 30일 막을 올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025년까지 우리 정부의 기후·녹색 공적개발원조(ODA) 비중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중 갈등 속에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선진국과 경제문제로 부담을 느끼는 개발도상국 간 입장이 갈리는 가운데 국제사회에 선도적 역할을 제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개회사에서 “2025년까지 기후·녹색 ODA를 대폭 늘려 녹색 회복이 필요한 개발도상국들을 돕는 한편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에 500만 달러 규모의 그린뉴딜 펀드 신탁기금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5~2019년 기준으로 전체 ODA 사업 중 19.6%에 머물러 있는 기후·녹색 ODA 비중을 경제협력개발기구 개발원조위원회(OECD DAC) 평균(28.1%)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허가를 전면 중단하고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를 조기 폐지하겠다”며 해외 신규 석탄발전에 대한 공적 금융 지원 중단 입장을 재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추가 상향하는 계획을 11월 제26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제시하겠다며 “한국이 국제사회의 지원 속에서 산림 회복을 이룬 것처럼 개발도상국들과 적극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2023년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 유치를 추진하겠다”면서 “앞으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을 잇는 가교 국가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정상회의에는 정상급 42명, 고위급 5명, 국제기구 수장 21명 등 총 68명의 인사가 참가했다. 다만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등 기후변화 공동 대응에 가장 중요한 두 나라인 미국과 중국 국가원수는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중국에서는 리커창 총리가 이날 연설 세션에 참석했고 미국에서는 존 케리 기후특사가 31일 문 대통령 주재의 토론 세션에 참여하기로 했다.
31일 폐회식에서는 △코로나19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지원의 필요성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행 △지속 가능 발전 목표 달성을 위한 전 분야 전환 및 실천 노력 △시민사회의 역할 △친환경 기업 경영 확대 △미래 세대와의 소통 강화 △해양 플라스틱 등 해양오염 문제에 대해 강한 해결 의지를 담은 서울 선언문이 채택될 예정이다.
文, 덴마크와는 '해상풍력' 협력 강화키로
문 대통령은 이날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회식에서 기후·녹색 공적개발원조(ODA) 비중 확대, 그린뉴딜 펀드 신탁 기금 신설 외에도 환경 관련 국제 협약·회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우선 올 10월 중국에서 개최되는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총회의 성공을 위해 ‘자연을 위한 정상들의 서약’ ‘생물다양성보호지역 확대 연합’ ‘세계 해양 연합’ 등의 이니셔티브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이 세 가지 이니셔티브는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상·해양 면적의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 등을 주요 공약으로 삼고 있다. 문 대통령은 또 P4G에 400만 달러 규모의 기금을 신규로 공여하고 2023년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를 유치하고 싶다는 의향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한반도 비무장지대의 자연 생태계 보존을 위해서도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며 “앞으로도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을 잇는 가교 국가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추가 상향과 관련해서는 지난 4월 미국 주최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발표한 신규 해외 석탄발전소 공적 금융 지원 중단 입장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2030년까지 정책금융의 녹색 분야 자금 지원 비중을 지금의 두 배인 13%까지 확대하는 한편 녹색 금융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한국형 녹색 분류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국토의 3면이 바다인 해양 국가로서 유엔 차원의 해양 플라스틱 관련 논의가 조속히 개시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에 앞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화상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 녹색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데 합의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특히 신재생에너지 가운데서도 해상 풍력 발전 분야에서 양국 기업 간 여러 양해각서가 체결된 점을 환영하면서 추가적인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백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예방·대응 준비에 관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또 두 정상은 여행 제한 해제와 전 세계 차원에서의 백신 접근권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으며 기업인들의 제약 없는 이동을 보장하는 것이 우선순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프레데릭센 총리에게 “한국전쟁 당시 의료진을 파견한 덴마크를 한국 국민들은 항상 기억하고 있다”며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가 자연과의 공존을 주제로 덴마크와 함께 포용적 회복과 탄소 중립을 앞당기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덴마크가 한반도의 평화·번영을 달성하기 위해 북한을 지속적으로 관여시켜 나가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P4G는 ‘녹색성장 및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의 약자다. 정부 기관과 국제기구, 민간 기업, 시민사회 간 파트너십을 토대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달성을 위해 결성된 글로벌 협의체다. 이번 서울 회의는 2018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대면으로 열린 1차 P4G 정상회의에 이은 2차 회의다. 문재인 정부에서 개최한 두 번째 다자회의이자 한국에서 처음 개최하는 환경 분야 다자회의이기도 하다.
이번 회의는 2030년까지 NDC를 담은 파리기후협약 이행 원년에 열린다는 의미도 있다. 파리기후협약이 유엔 가입 195개국 모두가 탄소 중립 이행에 동참하는 데 의의가 있었다면 이번 P4G 정상회의는 그 구체적인 방법론을 모색하는 토론이 열린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28일 저녁 친환경 미래차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더 늦기 전에, 지구를 위한 행동’ 등의 정상회의 홍보 문구를 붙인 수소차 ‘넥쏘’를 직접 운전해 퇴근하기도 했다. 29일에는 정상회의 사전행사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도 열렸다. 2050 탄소중립위는 국무총리와 민간전문가가 공동위원장을 맡은 대통령 직속기구다. 모든 영역의 탄소중립 정책을 마련하고 이행을 주도하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문 대통령은 위원회 출범식에서 “탄소중립은 인류가 함께 가야 할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탄소중립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산업구조를 감안하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가 어렵다면 다른 나라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고 다른 나라들이 할 수 있다면 우리도 못 해낼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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