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회식에서 기후·녹색 공적개발원조(ODA) 비중 확대, 그린뉴딜 펀드 신탁 기금 신설 외에도 환경 관련 국제 협약·회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우선 올 10월 중국에서 개최되는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총회의 성공을 위해 ‘자연을 위한 정상들의 서약’ ‘생물다양성보호지역 확대 연합’ ‘세계 해양 연합’ 등의 이니셔티브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이 세 가지 이니셔티브는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상·해양 면적의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 등을 주요 공약으로 삼고 있다. 문 대통령은 또 P4G에 400만 달러 규모의 기금을 신규로 공여하고 2023년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를 유치하고 싶다는 의향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한반도 비무장지대의 자연 생태계 보존을 위해서도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며 “앞으로도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을 잇는 가교 국가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추가 상향과 관련해서는 지난 4월 미국 주최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발표한 신규 해외 석탄발전소 공적 금융 지원 중단 입장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2030년까지 정책금융의 녹색 분야 자금 지원 비중을 지금의 두 배인 13%까지 확대하는 한편 녹색 금융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한국형 녹색 분류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국토의 3면이 바다인 해양 국가로서 유엔 차원의 해양 플라스틱 관련 논의가 조속히 개시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에 앞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화상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 녹색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데 합의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특히 신재생에너지 가운데서도 해상 풍력 발전 분야에서 양국 기업 간 여러 양해각서가 체결된 점을 환영하면서 추가적인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백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예방·대응 준비에 관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또 두 정상은 여행 제한 해제와 전 세계 차원에서의 백신 접근권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으며 기업인들의 제약 없는 이동을 보장하는 것이 우선순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프레데릭센 총리에게 “한국전쟁 당시 의료진을 파견한 덴마크를 한국 국민들은 항상 기억하고 있다”며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가 자연과의 공존을 주제로 덴마크와 함께 포용적 회복과 탄소 중립을 앞당기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덴마크가 한반도의 평화·번영을 달성하기 위해 북한을 지속적으로 관여시켜 나가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P4G는 ‘녹색성장 및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의 약자다. 정부 기관과 국제기구, 민간 기업, 시민사회 간 파트너십을 토대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달성을 위해 결성된 글로벌 협의체다. 이번 서울 회의는 2018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대면으로 열린 1차 P4G 정상회의에 이은 2차 회의다. 문재인 정부에서 개최한 두 번째 다자회의이자 한국에서 처음 개최하는 환경 분야 다자회의이기도 하다.
이번 회의는 2030년까지 NDC를 담은 파리기후협약 이행 원년에 열린다는 의미도 있다. 파리기후협약이 유엔 가입 195개국 모두가 탄소 중립 이행에 동참하는 데 의의가 있었다면 이번 P4G 정상회의는 그 구체적인 방법론을 모색하는 토론이 열린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문 대통령은 앞서 28일 저녁 친환경 미래차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더 늦기 전에, 지구를 위한 행동’ 등의 정상회의 홍보 문구를 붙인 수소차 ‘넥쏘’를 직접 운전해 퇴근하기도 했다. 29일에는 정상회의 사전 행사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도 열렸다. 2050 탄소중립위는 국무총리와 민간 전문가가 공동위원장을 맡은 대통령 직속 기구다. 모든 영역의 탄소 중립 정책을 마련하고 이행을 주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문 대통령은 위원회 출범식에서 “탄소 중립은 인류가 함께 가야 할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탄소 중립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산업구조를 감안하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가 어렵다면 다른 나라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고 다른 나라들이 할 수 있다면 우리도 못 해낼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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