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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93> 암호화폐 분산성을 금융통제 위협으로 인식…디지털 위안화가 새 도구로

■ 중국은 왜 비트코인을 때려 잡나

중국 앞에 놓여진 암호화폐의 운명이 어떻게 될까. 중국 국기를 배경으로 한 비트코인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중국의 토종 전기차 업체인 웨이라이(니오)는 비트코인 때문에 곤혹을 치렀다. 자사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비트코인으로 차를 구매할 수 있다고 공지한 것이 문제가 됐다. 웨이라이는 중국내에서도 톡톡 튀는 광고와 영업으로 유명한데 비트코인 유행을 한번 따라가보려는 취지였던 것 같다. 나중에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같은 일을 시도했지만 시간상으로는 웨이라이가 먼저다. 결과는 당연히 실패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웨이라이 측은 웨이보 공지를 슬그머니 삭제하고 “고려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사과까지 했다. 업계에서는 웨이라이가 중국 당국에 혼이 났다고 보고 있다. (테슬라도 나중에 비트코인 결제를 번복했는데 이유는 달랐다.)

중국은 현재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가상자산)의 발행과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웨이라이가 중국 정부의 권위에 도전한 셈이 됐다. 웨이라이가 상황에 무지했든지 아니면 중국 당국의 의지를 간과했든지 해프닝의 파장은 컸다. 중국 당국의 2017년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의 중국내 시장이 여전히 크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올 들어 중국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의 첫 사례는 북부의 네이멍구(내몽골)에서 나왔다. 지난 2월 네이멍구 지방정부가 관내의 비트코인 채굴장 영업을 금지했다. 네이멍구가 전기를 아주 많이 쓴다고 중앙정부에 지적 받았는데 이의 주요한 원인으로 비트코인 채굴장이 지목됐다는 이유에서다. 네이멍구를 비롯한 중국의 변방지역은 전기료가 싸고 기후가 서늘해 대형 암호화폐 채굴 업체들이 몰려있다. 물론 이는 핑계에 가깝고 암호화폐의 전면금지를 앞두고 네이멍구가 테스트베드가 된 것으로 보인다. 네이멍구는 ‘전기 먹는 하마’인 채굴장을 솎아내기로 하고 기업 살생부(블랙리스트)까지 동원하고 있다.

5월 들어서는 중국의 관변단체가 나섰다. 지난달 18일 중국은행업협회 등 3대 금융관련 단체는 공지를 내고 암호화폐의 거래 금지를 주장했다. 이들 3대 단체는 ‘암호화폐 거래 및 투기 위험에 관한 공지’에서 “암호화폐 투기 현상이 재연돼 국민의 재산 안전과 정상적 금융질서를 위협할 우려가 커졌다”고 지적하면서 “암호화폐는 진정한 화폐가 아니므로 시장에서 사용될 수도, 사용돼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중국 정부의 의사를 대변한 것이다.

홍콩에서 암호화폐 홍보 광고 앞으로 마스크를 쓴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중국의 암호화폐 거래 금지로 전세계 거래소들이 몸살이다. /AP연합뉴스


암호화폐 규제가 단계를 거듭해가면서 결국 중국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섰다. 5월 21일 류허 경제 부총리 주재로 열린 금융안전발전위원회 회의에서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 행위를 타격함으로써 개인의 위험이 사회 전체 영역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류 부총리는 ‘타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중국의 결연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동안 정부의 구두선언이나 지방정부 차원의 규제에서 이제는 중국 중앙정부가 본격적인 사법·행정적인 제재를 가하겠다는 의미 표시다.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들 가운데 상당한 숫자는 중국계인 데 이들은 사실상 공공연하게 중국인을 대상으로 거래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암호화폐가 중국에서 금지되기 직전 비트코인 소유의 7%, 거래의 80%가 중국인 대상이었다. 당시 중국은 비트코인의 최대 채굴국이자 거래국이었다. 중국이 암호화폐를 통해 자국의 금융시장 통제권 상실과 자본도피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운 것은 이해가 간다. 중국에서 금지 이후에도 중국계 거래소들은 해외로 거점만을 옮겼을 뿐 거래행위를 그대로 진행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트코인 타격’의 의미는 분명해졌다. 지난달 23일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인 후오비가 중국인들의 거래를 차단했다. 후오비는 “특정 국가와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선물 계약과 상장지수상품(ETP) 등 암호화폐 관련 일부 상품을 이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해당 국가와 지역이 어디인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중국으로 해석됐다.

이어 31일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마트는 ‘중국’을 적시하며 “중국 정부의 정책에 따라 중국 본토가 서비스 제한 지역으로 지정됐으며 6월 3일부터 모든 중국인 고객과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공지에 따르면 고객이 국적을 중국이라고 명시하지 않아도 연계된 전화나 계좌 정보가 중국과 관련돼 있다면 거래가 자동 중단된다. 후오비는 싱가포르, 비트마트는 뉴욕에 각각 주거래소를 두고 있지만 모두 중국 자본이 운영하는 회사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비트마트가 ‘중국인의 거래를 중지한다’고 내놓은 공지. /비트마트 홈페이지


중국인들의 암호화폐 거래가 움츠러들게 됐고 덩달아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왜 암호화폐를 때려잡으려고 할까. 그나마 최근까지는 여유를 줬다가 갑자가 이렇게 세게 나올까.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분산형·탈중앙화 네트워크 시스템이 중국이라는 중앙집권 권위주의 시스템과 충돌한다고 볼 수 있다. 비트코인은 국가권력이나 금융기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당연히 중앙은행이 개입할 여지도 없다. 장비만 있으면 누구나 생산(채굴)하면서 소유, 거래할 수 있다.

당연히 이는 중국의 금융시스템과 충돌한다. 중국은 폐쇄적 금융통제 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외환 거래까지 철저히 규제하는 나라이다. 이런 나라에서 민간 암호화폐를 허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일부에서나마 암호화폐 거래에 공간을 준 것은 이것이 중국의 금융시스템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인 듯하다. 이미 암호화폐 거래소를 해외로 몰아낸 상태에서 다른 나라에서 진행하는 개인 간의 발행과 거래가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는 중국 내에는 카지노가 아예 금지됐지만 중국인들이 해외 카지노의 가장 ‘큰손’인 것과 비슷하다)

암호화폐 채굴이 중국에서 붐인 것도 비슷한 경우다. 비트코인 채굴 자체는 중국 금융시스템과 상관이 없다. 오히려 컴퓨터 등 채굴장비 매출이 늘어나면서 중국 경제에는 이익이다. 중국 내에서 상대적으로 싼 석탄으로 비싼 비트코인을 만들어 해외에 파는 것 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세계 비트코인의 약 65% 이상이 중국에서 채굴되고 있었다.

이런 공생관계가 올해 들어서 깨진 셈이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지난해 말부터 급등하면서 당초 암호화폐 금지의 이유가 다시 살아났다. 중국 내에서도 암호화폐 투기 우려가 커졌고 실제 사례도 잇따랐다. 블룸버그통신이 사례를 전한 ‘피터’라는 베이징의 IT 업계 직원의 사례를 보자. 피터가 3주 전에 2만 위안을 투자한 암호화폐의 가격은 며칠 만에 10만 위안으로 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1만4,000 위안으로 다시 떨어졌다.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거의 사라진 중국의 젊은이들도 ‘한탕’에 몰두하게 된 것이다. 피터는 블룸버그에 “가격이 0위안이 돼도 상관없다. 그렇지 않으면 뭘로 돈을 벌겠는가”고 말했다.

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의 최근 암호화폐 공격에 대해 ▲만연한 자산거품 해소 ▲온실가스 감축 정책 추진 ▲자본의 해외유출 방지 등의 3가지 이유를 들었다. 그리고 “중국 정부의 의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중국 국기를 배경으로 한 디지털 위안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정부의 암호화폐 공격은 이 나라가 조만간 도입하려고 추진하는 법정 디지털 화폐 ‘디지털 위안화’와 떼어 놓고는 생각할 수 없을 듯하다. 디지털 위안화의 도입이 임박해지면서 민간 암호화폐의 규제가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같은 블록체인 방식의 디지털 화폐로 인식되기도 하는데 디지털 위안화는 비트코인과 ‘디지털’이라는 속성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구조다.

비트코인이 분산형이라면 디지털 위안화는 집중형이다. 디지털 위안화는 중국의 국가권력이 주도하는 화폐 ‘위안화’의 디지털 버전일 뿐이다. 중국 정부가 디지털 위안화를 발행하고 유통 시키는 데 여기에 사용된 거래 내역은 모두 기록된다.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하는 사람은 중국 당국의 감시를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9년 디지털 위안화의 기본 설계를 마무리하고 지난해부터 공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개개의 도시에서 소매거래 과정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시범 사용하고 온라인 결제를 진행하면서 공과금도 내보고 있다. 최근에는 전국적인 범위에서 디지털 위안화 테스트에 들어갔다. 예를 들면 후난성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받은 후 이를 상하이나 베이징에서 사용하는 식이다. 지금까지는 디지털 위안화를 내려받은 지역에서만 사용했다.

디지털 위안화의 공식 출시가 임박했다는 근거들이 늘고 있다. 이미 수백만명의 중국인들이 디지털 위안화 ‘지갑(앱)’을 휴대폰에 설치해 결제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전에 디지털 위안화를 공식 출시해 중국의 기술력을 과시한다는 목표다. (물론 올림픽이 정상적으로 열리는 경우에서다.)

지난달 5일 중국 상하이의 한 쇼핑몰 입구에 디지털 위안화 결제가 가능하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 정부가 디지털 위안화 개발에 나선 것도 암호화폐의 위협 때문이다. 지난 2014년부터 디지털 위안화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정부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산하에 ‘디지털화폐연구소’ 설립한 것은 2017년 7월이다. 그리고 그해 9월에 암호화폐의 발행·거래 등에 대한 금지 조치가 처음 나왔다. 디지털 위안화와 암호화폐는 이미 상극이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중국의 ‘암호화폐 때려잡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어떤 면에서는 중국 관영매체가 솔직하다.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신문인 경제참고보는 지난달 24일자 1면에 ‘암호화폐 투기 혼란 정리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금융당국은 암호화폐 불법 채굴 및 거래 활동 타격 강도를 높여 디지털 위안화 정식 도입에 양호한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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