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대 그룹 총수가 모인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건의를 받고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거둔 성과를 두고 “4대 그룹이 함께해주신 덕분”이라며 기업에 공을 돌렸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 극복과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과거보다 한발 더 나아간 입장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회장 등과 오찬 회동을 하며 이 부회장 사면 건의를 경청한 뒤 "고충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지금은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 사면 건의는 최 회장이 운을 떼면서 테이블에 올랐다. 최 회장은 “경제 5단체장이 건의한 것을 고려해달라”며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이 지난 4월 26일 청와대에 제출한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거론했다. 그러자 김 부회장도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기업 총수도 “어떤 위기가 올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앞으로 2∼3년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미정상회담 당시 4대 그룹의 역할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 관계가 기존에도 아주 튼튼한 동맹 관계였지만 그 폭이 더 확장돼 반도체·배터리·전기자동차 등 최첨단 기술·제품의 공급망을 서로 보완하는 관계로까지 포괄적으로 발전한 게 굉장히 뜻 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하이라이트는 공동 기자회견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지목해 일어서서 소개 받았던 일”이라며 “미국이 가장 필요한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했다는 것이 아주 뜻 깊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4대 그룹 대표만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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