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 가야산 해인사 방장 원각스님이 팔만대장경 일반 공개를 앞두고 경판에 새겨진 의미인 불교의 중도(中道)의 정신을 통해 코로나19 극복하자는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상생의 의미로 받아들여 적극 나서달라는 당부도 전했다.
원각스님은 11일 팔만대장경 탐방을 위해 해인사를 찾은 기자들과 차담회를 열고 “고려가 몽골의 침입에 국력을 모아 팔만대장경을 조성한 것처럼 국민들이 그 의미를 잘 되새겨 코로나19를 극복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해인사는 오는 19일부터 일반에 팔만대장경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누구나 사전예약제를 통해 경판이 보관된 장경판전 내부로 들어가 팔만대장경 실물을 만나볼 수 있다.
원각스님은 "팔만대장경의 핵심은 부처님의 가르침인 중도의 정신"이라며 "중도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도 내려놓고 저것도 다 내려놓아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가 상대방과 소통하자는 의미다. 국민들이 그런 정신을 이어받아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원각스님은 코로나19 해결책도 중도의 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스님은 "코로나19는 환경을 파괴하고 지구를 오염시킨 결과"라며 "중도의 정신에서 환경과 사람이 둘이 아닌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노력하면 코로나19도 극복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극복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환으로 마스크를 철저히 쓰고, 백신도 접종에도 전향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각스님은 5월27일 아스트라제네카(AZ) 1차 접종을 마치고, 오는 8월 2차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 스님은 백신을 맞아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백신을 맞는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겁을 주더라. 그런데 아무렇지 않더라. 접종 직후엔 1시간 동안 산을 타기도 했다. 백신을 맞아서 부작용이 있는 분도 계신데, 큰 틀에서 집단면역 체계를 만들어 하루빨리 코로나19를 극복해야 하는데 동참한다는 자세로 임해주시라"고 당부했다.
스님은 장경판전이 6·25 전쟁 때 미군의 폭격을 받을 위기에 처한 일화를 소개하며 팔만대장경 공개를 계기로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고취되기를 바란다는 바람도 전했다. 원각스님은 "빨치산이 해인사를 점령했을 당시 스님들이 미군 밀가루 포대 뒤에 태극기를 그린 뒤 판전 지붕 위에 붙여서 폭격을 피할 수 있었다"며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수학여행철이 되면 해인사 경내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행되면서 해인사를 찾는 사람이 줄었고,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해외여행이 막힌 시기 팔만대장경을 보고 전통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글·사진(합천)=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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