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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 챙겨주는 캣맘, 살충제 뿌리는 주민…‘길고양이’ 갈등 풀 공존 해법은

버림받은 고양이 2년 새 20% 급증

먹이 찾아 아파트 등 주택가로 진출

불만 커지면서 캣맘들과 주민 갈등

“개체 수 관리·타인 존중 자세 필요”

사진=이미지투데이




‘아내가 투병 중인데 밤마다 길고양이가 하도 시끄럽게 울어 잠을 못 자길래 범행을 저질렀다.’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고양이 떼죽음 사건’의 범인으로 밝혀진 70대 주민은 경찰 조사에서 범행 이유에 대해 이렇게 진술했다. 그는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이른바 ‘캣맘’들이 마련한 사료 통에 살충제를 바른 생선뼈를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개체 수 증가로 주택가로 파고드는 길고양이가 빠르게 늘면서 캣맘과 이들을 못마땅해하는 주민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심야소음 등 일상생활 피해를 호소하는 일부 주민들의 분노가 캣맘과의 마찰은 물론 동물 학대로 이어지는 일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길고양이의 동물권 보호뿐 아니라 개체 수 관리를 통한 주민 피해 최소화 등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2만8,090마리였던 유기·유실된 고양이는 2년 연속 증가하며 지난해 3만3,672마리로 집계됐다. 주인 잃고 길거리를 떠도는 길고양이가 불과 2년 새 19.8%나 증가한 셈이다.



늘어난 길고양이들이 아파트 등 먹이를 찾아 공동주택단지로 진출하면서 캣맘과 일부 주민들 사이의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동물권을 중시하는 캣맘들은 길고양이의 먹이를 챙겨주고 있는 반면 일부 주민들은 대책 없이 먹이만 주는 것은 개체 수만 늘려 오히려 일상생활의 지장을 초래한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을 캣맘이라 밝힌 이가 인근 주민과 벌인 살벌한 기 싸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성자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줄 때마다 경고장이 한 장씩 추가됐다”며 “벽 전체가 경고장으로 뒤덮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먹이를) 주면 다 죽여버릴 거야’, ‘못할 것 같으냐’는 협박성 경고장도 공개했다. 댓글 창에서는 캣맘을 옹호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4월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길고양이의 몸에 학대한 정황이 발견됐다. 구로경찰서는 동물자유연대로부터 고소장을 접수받아 수사에 나섰다./사진제공=동물자유연대


전문가들은 길고양이를 도시생태계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되 개체 수 조절이나 건강 관리를 병행하며 부작용을 최소화는 등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한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남몰래 밥만 주는 캣맘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주민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해볼 때”라며 “길고양이를 발견하면 지자체에 중성화를 신청하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중성화 수술은 각종 민원의 원인인 발정기 울음소리를 줄이는데 효과적일뿐더러 개체 수 조절에도 기여한다. 시민들이 길고양이를 발견하면 지자체에 중성화 수술을 요청할 수 있다. 지난해에만 총 7만3,632마리의 고양이가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 차원에서 연간 240만원의 활동비를 받는 조건으로 길고양이 관련 민원을 책임을 지는 ‘공식 캣맘’을 모집했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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