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생일 파티 도중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베어스턴스가 파산할 위기에 처했다는 앨런 슈워츠(베어스턴스 사장)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은 다이먼 회장은 인수 팀을 급파했다. 다이먼은 얼마 안 가 베어스턴스 인수를 결심한다. 이어 9월에는 저축은행인 워싱턴뮤추얼을 인수해 미국 전역의 소매 금융 네트워크를 확보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승부사의 기질이 발현되는 순간이었다.
다이먼은 1956년 미국 뉴욕의 그리스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증권회사 시어슨에서 주식 중개인으로 일했다. 다이먼이 터프츠대에 재학할 당시 시어슨의 인수합병(M&A) 전략을 주제로 쓴 리포트가 샌디 웨일 시어슨 최고경영자(CEO)의 눈에 들면서 웨일과 인연을 맺게 된다. 다이먼은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딴 후 웨일이 이끄는 카드 회사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에 들어갔다. 1985년 회사를 떠난 웨일과 다이먼은 커머셜크레디트를 인수했고 1998년에는 씨티은행과 합병해 씨티그룹으로 거듭나게 했다.
하지만 다이먼은 웨일로부터 쫓겨나는 신세가 된다. 웨일의 딸을 승진에서 배제한 게 그 이유였다. 절치부심하던 다이먼은 2000년 3월 시카고의 뱅크원 CEO로 선임됐다. 부실했던 뱅크원을 우량 금융회사로 탈바꿈시켰고 2004년 JP모건체이스가 뱅크원을 합병하면서 합병 법인의 사장을 맡았다.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JP모건은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를 제치고 미국 1위 금융 그룹으로 도약했다. 다이먼에게는 ‘월가의 왕’이라는 별칭이 붙게 되는 계기가 됐다.
다이먼 회장이 14일 모건스탠리가 주최한 화상 콘퍼런스에 참석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것 이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하면서 현금을 비축하라고 조언했다. ‘월가의 왕’마저 인플레이션을 경고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글로벌 긴축이 본격화하면 빚이 많은 국내 가계·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우리 정부도 무분별한 재정 지출을 멈추고 정교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인데 실제로는 거꾸로 가고 있어서 걱정이다.
/정민정 논설위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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