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를 겪으며 ‘인종’이란 기준으로 가해지는 구분은 차별을 넘어 혐오로 확대됐다.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처음 확인됐다는 소식에 중국인은 물론이고 겉모습이 같은 동양인을 향한 적대감이 곳곳에서 표출됐고, 미국과 유럽 등지에선 아시아계를 향한 무차별 혐오 범죄가 일어났다. 극단의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우리 일상 곳곳에서는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사고가 아무렇지 않게 통용되고 있다. ‘흑인은 달리기를 잘하고 리듬감이 좋다’, ‘동아시아인은 수학에 강하다’, ‘유대인은 돈 버는 재주가 비상하다’ 같은 말들이 대표적이다. 유전학자이자 과학 저술가인 저자는 인종이라는 기준이 ‘차이’, 나아가 ‘차별’의 근거가 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최첨단 유전학을 토대로 명확하고 분명한 지식을 전달한다. 피부색 또는 유전자가 겉으로 드러난 형태인 ‘표현성(phenotype)’으로 사람을 구분 짓는 것이 얼마나 모호하고 비과학적인지 설파한다.
현대 유전학에는 식민주의와 백일 우월주의라는 과거가 얽혀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저자는 이 학습된 편견이 더 극심한 편견을 부추기고 인류의 짧은 역사상 자행된 가장 잔인한 행위를 정당화하는 데 쓰였다고 말한다. 과학적 인종차별주의, 우생학 등과 연결된 과거 이론을 21세기 첨단 과학으로 다시 살펴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은 때로 진지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시대에 뒤떨어진 개념들을 향해 통쾌한 한 방을 날린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 혐오가 독버섯처럼 빠르게 퍼져나가는 지금이기에 더 절실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들이다. 1만 5,000원.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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