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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대화 재강조한 美에...김여정 "잘못된 기대말라"

[성김, 文·이인영 잇따라 예방]

한미 워킹그룹 2년만에 폐지

국장급 협의 등 대안 모색키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예방하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성 김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2일 문재인 대통령,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잇달아 만난 뒤 “한미 양국이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잘못된 기대는 자신들을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며 찬물을 끼얹었다.

김 대표는 이날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남북 간 의미 있는 대화·관여·협력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재확인하고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역시 “남은 임기 동안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를 일정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가능한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지금은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위해 매우 중요한 정세의 분수령”이라며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한미가 능동적으로 기민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한미 양측은 대북 지원과 제재 등을 논의했던 협의 채널 ‘워킹그룹’을 2년여 만에 폐지하기로 뜻을 모았다. 남북 협력 사업에서 미국의 엄격한 잣대가 오히려 교류를 제한한다는 일부의 지적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해 “한미 워킹그룹을 종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기로 합의했다”며 “앞으로 국장급 협의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 워킹그룹은 지난 2018년 11월 북한 비핵화와 대북 제재 문제 등을 조율하기 위한 협의체로 출범했다. 남북 간 엇박자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출발한 가운데 운영 과정에서 오히려 미국의 규정 등으로 대북 지원이 원활하지 이뤄지지 못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타미플루의 인도적 지원에 대한 남북 간 합의가 이뤄진 상황에서 미국에서 이를 운반할 트럭의 제재 위반 여부를 따지다 결국 지원이 무산된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도 워킹그룹에 대해 불만을 쏟아낸 바 있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워킹그룹과 관련해 “남측이 스스로 제 목에 걸어놓은 친미사대의 올가미”라고 비난한 바 있다.

하지만 한미 워킹그룹이 미국 국무부·재무부·상무부 등 여러 부처에 걸쳐져 있는 규제 관련 논의를 원스톱에 할 수 있어 ‘패스트트랙’ 효과도 있었던 만큼 폐지 시 부작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이와 관련해 “한미 간 대북 정책의 포괄적 조율은 매우 중요하다”며 “워킹그룹은 곧 제재라는 인식이 있는 까닭에 의제를 넓혀 포괄적으로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이 북한에 대해 대화를 강조하며 우호적 제스처를 보낸 상황에서 정작 북한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이번에 천명한 대미 입장을 두고 미국 백악관이 ‘흥미있는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고 발언했다는 보도를 들었다”며 “조선 속담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는데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전날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서 나온 대화 재개에 대한 즉답은 아니지만 당장 대화에 나설 생각이 없다는 뜻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와 관련해 “북미 간 상호 불신이 깊어 대화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중국과의 교류 협력을 우선 재개한 후 필요하면 미국과 협상하는 ‘선중후미’ 정책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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