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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 오를까…테이퍼링 두려움 없는 국채금리도 8~9월이 고비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10년 물 국채금리가 연준의 테이퍼링 논의개시와 내년 금리인상 가능성에도 계속 연 1.5%를 밑돌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초당파 의원들과 약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예산을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상승했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와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이번 합의 예산은 당초 2조2,500억 달러에서 1조7,000억 달러로 줄였던 1차 인프라(일자리) 관련 부분입니다.

현재 시장은 예상보다 빠른 금리인상과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대한 두려움이 사실상 없다고 할 정도로 태평합니다.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이날 오후 들어 상승세를 탔지만 여전히 연 1.5%를 밑도는데요.

왜 국채금리는 안 오를까요. 오늘은 국채금리 전망에 대해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버티고 있는 큰 손 연준…연기금·보험사 수요도 증가


10년 물 국채금리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최근의 수익률 움직임만으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며 조만간 다시 내려올 것이라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점을 설명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이같은 측면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것만으로 물가상승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방향을 예상하면 곤란하다는 것이죠. 입체적으로 봐야 합니다.

월가에서 직접 시장거래에 참여하는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연준의 테이퍼링 논의시작과 내년 금리인상 전망에도 국채금리 상승폭이 적은 이유는 아래와 같이 정리가 가능합니다.

① 연준 1,200억 달러(국채 800억 달러) 매입지속

② 매파적 움직임에 예상보다 큰 인플레 없다는 전망

③ 연기금·보험사, 각국 중앙은행 등 수요

④ 성장·고용 등 추가적 모멘텀 부족

⑤ 2014년의 학습효과

우선 수급 측면입니다. 매달 국채 800억 달러를 포함해 매달 1,200억 달러씩 채권을 사들이는 연준의 존재입니다. 채권시장에서 가장 큰 손이죠. 아직은 최소 몇 달 간 지금 같은 매입속도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대규모 수요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워싱턴의 연준. 연준이 매달 1,200억 달러어치의 국채와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사들이는 것이 금리가 유지되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로이터연합뉴스


여기에 최근에는 연기금과 보험사들이 계속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어쨌든 테이퍼링은 시작할 것이고 주식시장이 많이 올랐다는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지금 정도의 국채금리면 자산을 장기로 운용하는 기관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국채가 매력이 있다는 겁니다. 주식을 팔아 차익을 챙기고 국채를 매입해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일들이 현재 월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죠.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채권시장은 인플레이션 같은 리스크가 클 때는 수요가 끊기는 경향이 있다”며 “이후 리스크가 잠잠해지면 다시 사들인다”고 설명했는데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생각보다 매파적으로 나오면서 큰 폭의 인플레이션은 오지 않을 것이고 연준이 이를 관리할 것이라는 기대도 국채금리가 더 오르는 것을 막는 요소입니다.

MBS부터 줄일 가능성…이대로면 테이퍼링 발표해도 잠잠할 수도




경기에 대한 우려도 한몫합니다. 연준이 6월 FOMC 이후 경제성장률을 6.5%에서 7.0%로 올리고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전망치도 3.4%로 상향조정했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이 정도 수준은 생각하고 있었죠.

그런데 최근 분위기를 보면 “경기가 혹시 정점을 찍었나?” 아니면 “지난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나온다는 것이죠. 기저효과가 큰 올해 이후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생각보다 고용 같은 부분에서 지표가 썩 좋게 나오지 않으면서 추가적인 모멘텀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얘기 말고 경기호황을 뒷받침할 새로운 지표를 찾기 어렵다는 뜻이죠. 델타 변이에 대한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증시에서는 경제활동 재개주가 주춤하고 기술주가 주목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날 나스닥이 또 다시 최고치를 기록했죠. 이에 대한 분석도 여러번 나왔었습니다. 이것 자체가 “경제활동 재개 약발이 다 돼 간다”고 보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는 말입니다.

미국 뉴저지주의 아파트 내부. 완화적 통화정책이 미국의 집값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아발론


테이퍼링시 대상과 규모도 관건입니다. 앞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집값이 너무 빨리 올라 연준의 통화정책(테이퍼링)과 세부적인 조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해드린 바 있는데요. 시장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흘러나옵니다. 또다른 관계자는 “연준이 집값 상승을 매우 불편해 하는 것 같다”며 “테이퍼링 시 MBS에 우선순위를 둘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합리적인 얘기입니다. 이는 반대로 국채금리 유지에는 도움이 되는데요. 연준 입장에서는 집값 폭등을 부추길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파월에 대한 신뢰가 생긴 부분도 있습니다. 속내는 다르겠지만 일관되게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고 점도표에 크게 의존하지 마라면서 시장을 달래고 있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이죠.

다만, 이 부분은 가려서 들어야 합니다. 파월 의장이 기술적으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뜻이지 주구장창 완화적 통화정책을 할 것이라는 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국자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매우 높고 지속적으로 간다고 판단이 서더라도 대중 앞에서 공식적으로 큰 폭의 인플레가 온다고 얘기할 수가 없습니다. 시장이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때로는 당국자가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해서 시장을 달래고 안정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2014년에도 금리가 올랐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경험을 했다. 이때의 학습효과가 분명히 있다”며 “이대로라면 테이퍼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해도 국채금리가 크게 동요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습니다.

잭슨홀 미팅 이후가 관건…줄어든 인프라 투자 예산도 도움


시장에서는 결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8월 말 잭슨홀 미팅이 중요할 것이라고 봅니다. 이때 테이퍼링에 대한 좀더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거나, 추가적인 언급 후 9월 FOMC에서 세부 방침이 나오면 국채시장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인데요. 웰스파고는 수개월 내 10년 물 국채금리가 2%를 넘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월가에서도 중장기적으로는 10년 물 국채금리가 우상향할 것이라고 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초당파 의원들과 약 1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일자리) 예산에 대한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처음의 절반 수준이다. /AP연합뉴스


어쨌든 이날 나온 인프라 투자계획 합의 선언 소식도 국채금리에는 최소 중립적이거나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최고 2조2,500억 달러에서 이번에 9,530억 달러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죠. 지출규모가 줄면 채권발행도 감소할 수 있겠죠.

다만, 최종적으로 이렇게 통과된다는 보장이 아직은 없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1조7,000억 달러 규모의 2차 인프라(교육·돌봄 등) 투자는 그대로 밀어부치겠다는 입장이고 공화당과 민주당 내에서도 1차 인프라 투자합의안에 서로들 불만이 있습니다.

결국 늦여름부터는 연준도 투자자도 모두가 바빠질 듯합니다. 테이퍼링과 인플레이션, 증시, 국채금리 움직임을 꾸준히 들여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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