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이 본격적으로 재개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판부 변경과 담당 재판장인 김미리 부장판사의 병가 등으로 6개월 간 공전하다 지난 11일 이뤄진 공판 갱신 절차를 시작으로 당분간 주요 증인들에 대한 신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김상연·장용범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 부부의 입시비리 혐의 공판을 진행하며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를 증인으로 불렀다. 조 전 장관 부부가 처음으로 함께 피고인석에 나란히 선 두 번째 재판에 딸이 증인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조씨는 이날 법정에서 증언을 거부했다. 조씨는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부모님이 기소된 법정에서 딸인 제가 증언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면 자신이나 친족이 처벌 받을 우려가 있는 내용에 관한 증언은 거부할 수 있다.
이어 “오랜만에 (구속된) 어머니(정 교수) 얼굴을 여기서 보는 건데 많이 고통스럽다”며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저와 제 가족들이 살고 일하는 곳에서 여러가지 일들을 당해야 했고 어머니 얼굴도 오랜 만에 보게 된다”고 울먹이자 조 전 장관은 굳은 표정으로 법정 천장을 바라봤고, 정 교수도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보였다. 정 교수는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다.
이에 재판부는 “조씨의 증언거부권이 정당하다”며 “증언거부권이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이상, 법정에서 일일히 묻고 답변을 듣는 것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별 도움이 안되는 무용한 절차”라며 조씨를 출석한 지 30여분 만에 귀가시켰다.
이들 부부는 두 자녀가 각각 고려대와 연세대,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과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을 지원할 당시 허위 인턴 활동 증명서 등을 제출해 대학교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노환중 원장으로부터 딸의 장학금 명목으로 200만 원씩 세 차례에 걸쳐 600만 원을 받아 등록금을 충당한 혐의 등도 있다.
당초 조 전 장관의 아들 조원씨도 다음달 23일 법정에 증인으로 서기로 예정됐으나 이날 재판에서 철회됐다. 검찰은 “재판부께서 조씨에 대한 진술거부권을 인정한 이상, 아들 조원씨도 같은 증인신문 절차가 진행될 것 같다”며 철회 사유를 밝혔다. 이어 “조원씨에 대한 공모가담 정도에 대해서는 향후 (다른) 증인신문 및 서증조사를 통해서 충분히 입증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한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도 이날 증언하는 내용들이 향후 본인을 기소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진술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9일 조국 일가와 ‘스팩 품앗이’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단국대 장모 교수의 아들과 조씨 측에서 세미나 활동을 같이 했다고 주장하는 조씨의 친구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법정 밖에서는 조 전 장관의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충돌하는 일도 벌어졌다. 조 전 장관 출석 전부터 서울중앙지법 동관 입구 앞은 “조국 수호! 정경심 무죄” “조국 구속!”이라는 외침과 함께 욕설이 오갔다. 조 전 장관이 법정 안으로 들어가자 ‘조국의 시간’을 들고 있던 남성이 다른 남성에게 주먹을 휘둘러 경찰이 제지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편 대법원은 오는 30일 사모펀드 비리 핵심인물로 꼽히는 조국 5촌 조카 조범동씨의 선고 앞두고 있다. 조씨는 조 전 장관 일가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 인물로 자산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2심은 조씨가 이른바 ‘무자본 인수·합병’과 관련해 자본시장법을 위반하고 총 72억여원의 횡령·배임을 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정 교수가 조씨의 사모펀드 관련 범행에 공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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