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재판에 넘겼다. 수원지검 수사팀이 해체를 단 하루 남기고 나온 결정이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에 이어 김 전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의혹 사건 수사까지 핵심 피의자들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정권을 겨냥한 핵심 수사에 대한 진실 규명의 공은 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 비서관은 “기소는 매우 부당한 결정”이라며 이날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다.
수원지검 형사3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이날 이 비서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청와대 인사가 재판에 넘겨진 건 김오수 검찰총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 비서관은 지난 2019년 3월 22일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이규원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와 업무를 조율하며 불법 출국 금지 과정 전반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또 같은 해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이 검사의 불법 출금 조치 혐의를 수사하자 당시 조국 민정수석에게 “이 검사가 곧 유학 갈 예정인데 수사를 받지 않고 출국할 수 있도록 얘기해 달라”고 부탁한 혐의도 있다.
당초 수사팀은 지난 5월 12일 이 비서관에 대한 기소 방침을 대검에 보고했다. 하지만 대검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달 24일 다시 기소 의견을 올리는 등 수차례에 걸쳐 대검에 결정을 촉구했으나 결재가 미뤄졌다. 그 사이 수사팀은 이 비서관에 대한 혐의 입증을 위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물론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봉욱 전 대검 차장검사,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을 불러 조사하거나 서면을 통해 사실 여부를 파악했다.
특히 수사팀은 지난달 15일 이 검사와 차 본부장에 대한 재판에서 공소장 변경을 신청해 법원 허가를 받았다. 공소장 변경에는 김 전 차관의 출국 금지 당시 ‘이규원 → 이광철 → 조국 → 윤대진 → 봉욱, 윤대진 → 조국 → 이광철 → 이규원’ 순서로 통화가 이뤄졌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비서관이 사건에 ‘연결 고리’ 역할을 했던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대검이 차일피일 기소 승인을 미루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청와대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법무부가 지난달 25일 단행한 검찰 중간 간부급 인사에서 수사팀장인 이정섭 부장검사와 이상혁 검사에 대한 전보 조치가 이뤄지자 수사가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전날 수사팀은 마지막으로 ‘기소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대검에 전달했고 압박을 느낀 대검은 이 비서관 기소를 승인했다.
지난달 30일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을 기소하는 등 주요 정권 수사가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변필건 부장검사)와 형사5부(이동연 부장검사)가 각각 수사 중인 청와대발 기획 사정 의혹,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택시 기사 폭행 사건 등은 주요 피의자 기소 여부 결정 등 결론이 나지 않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새로 부임하는 부장검사 등이 사건을 다시 보는 데도 최소 1~2주의 시간이 흐를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사건 수사가 더 늦춰지면서 검찰은 여전히 ‘윗선 눈치 보기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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