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정당이자 한 국가에 가장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정당이다. 상하이에서 50여 명의 당원과 대표 13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9,000만 명이 넘는 당원 수를 확보했다. “모든 조직은 당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말대로 중국공산당은 국가 통치의 주체(당-국가체제)이자, 정치적·이데올로기적 동원의 중심축이기도 하다. 그런 중국공산당이 1일 창당 100주년을 맞았다. 한 정당이 이렇게 오래 유지되기도 힘들거니와, 혁명·통치 단계를 넘어 ‘집정당’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례는 더더욱 없다. 당이 국가를 만들고 운영했던 특이한 역사적 경험 속에 중국공산당은 옛 소련과 동유럽의 현실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진 와중에도 확고한 집권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신간 ‘중국공산당 100년의 변천’은 그 자체로 중국의 근현대사이기도 한 중국공산당의 역사를 우리나라의 중국 연구자 10명이 비판적, 주체적 시각에서 짚어 본 책이다. 책은 이론?노선부터 경제, 조직, 외교, 노동운동, 젠더 등에 이르기까지 중국공산당을 다방면에서 살펴본다. 안치영 인천대 중국학술원장이 쓴 1장 ‘중국공산당 100년: 혁명에서 신시대까지’는 지난 100년의 정치사적 변화를 관찰한 것으로, 책의 각 장에서 전하는 역사적 맥락을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안 원장은 마오쩌둥 집권기에 당-국가 체제가 완비됐지만 문화대혁명으로 이어진 역사에 대한 반성에서 분권화와 부분적 민주 확대를 통한 개혁개방이 이어졌고, 시 주석 체제에서 다시 중앙집권화로 복귀했다고 설명한다.
책은 중국 경제가 세계 2위 규모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 수준까지 치고 올라오는 과정에서 중국공산당의 경제 방침이 변화한 과정도 전한다. 특히 중국이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사회주의 경제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미국의 주도권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국공산당이 국내외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한 경제정책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책은 지난 100년을 중국공산당이 공산주의 이상사회 건설 계획을 점차 포기하고 시장사회적 요소를 전면적으로 도입해가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최근 미국과의 대립 와중에도 시장 개방의 폭을 넓히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한다. 미국 등이 체제 대립 구도를 강요하면 중국도 사회주의 체제 유지를 위해 통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고, 이는 전 세계에 불행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한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중국공산당이 혁명, 개혁개방, 세계 금융위기 등 굵직한 안팎의 변곡점을 맞아 어떻게 외교정책 노선을 변용하고 있는지 밝힌다. 책은 특히 중국이라는 비서구 사회주의국가의 부상이 기존의 국제질서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한다. 중국이 기존의 고립주의 외교를 버리고 본격적인 강대국화에 나서는 가운데, 미국과의 전략 경쟁에서 지속적인 게임 체인저를 찾아 다극화를 목표로 하는 신형 국제질서를 구축하고자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코로나19 대응이 앞으로 미중 관계의 미래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한다.
시진핑 체제 이후 더욱 강해지는 국가적 동원 체제에 대한 문제 의식이 있다면 4장 ‘사회동원과 조직화’가 그간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혁명기, 사회주의 건설기, 개혁개방기 등 시대별로 중국공산당이 사회를 어떻게 동원·개조·관리했는지 소개하고 있다. 1950년대 반우파운동, 1989년 톈안먼 민주화운동 당시 비판을 봉쇄하고 탄압하며 더 정교하게 사회를 관리하는 쪽으로 발전했던 과정이 중국 사회의 요구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음도 지적한다.
책은 중국공산당의 역사가 단지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며, 세계와 동아시아 그리고 한반도에 여러 질문을 던진다는 점을 일깨운다. 중국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 앞에는 국가의 의미, 세계 자본주의에 포섭된 중국의 미래, 중국 사회주의 체제의 원심력과 구심력, 한반도 분단 및 평화 체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 등 다양한 논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중 경쟁과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 노동·젠더 이슈에 관한 사회적 요구의 분출에 직면한 중국이 사회주의 존재 방식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 그러지 못한다면 시 주석이 주창하는 ‘대안의 100년’은 동원의 수사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책은 지적한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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