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 모(74)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배경에는 의료재단·요양병원 설립·운영 주체에 대한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경찰은 앞서 2014년 수사 당시 최 씨가 ‘병원 운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책임 면제 각서를 받았다며 입건하지 않았다. 경찰이 의료재단과 요양병원을 개설해 운영하는 과정에 최 씨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서 수사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반면 법원은 최 씨가 의료재단·요양병원 개설·운영의 주체라고 판단했다. 특히 “병원 운영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질 염려가 없었다면 굳이 각서를 작성할 필요가 없었다”며 오히려 책임 면제 각서를 중요 증거로 봤다. 7년 전 혐의 없음의 근거가 됐던 문서가 반대로 최 씨가 실형을 선고 받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정성균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의료법 위반 혐의로 최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도주 우려를 이유로 법정 구속했다. 법원은 앞서 검찰 구형(징역 3년)을 그대로 유지했다. 통상 법원이 검찰 구형보다 낮은 판결을 내린다는 점에서 ‘다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만큼 법원이 ‘혐의가 중하다’고 판단했다는 시각도 있다.
유죄로 인정된 최 씨의 혐의는 두 가지다. 의료인이 아닌데도 동업자 3명과 의료재단을 설립한 뒤 2013년 2월 경기 파주시에 요양병원을 개설·운영해 의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또 2013년 5월부터 2015년 5월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 9,000만 원을 편취한 혐의도 있다. 최 씨는 이사장 취임만 수락했을 뿐 운영 책임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병원 인수 과정에서 일어난 분쟁은 물론 사위를 병원에 취직시켜 직원 채용 등에 관여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최 씨가 병원 설립 서류를 작성하며 허가 취소를 피하는 일에 관여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결국 병원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이 인정되면서 요양급여를 부정 수급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최 씨가) 병원 운영 관여 기간이 짧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을 악화시켜 국민 전체에 피해를 입혀 책임이 상당히 무겁다”며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이어 “병원이 운영되도록 도움을 준 상황에서 설립 초반부터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며 “그 결과 다른 피해자의 돈을 돌려 막기 형식으로 피해 자금을 회수하는 데 도움을 받기도 하고 요양급여를 회수하는 등 피해가 확대됐고, 피해를 막기 위한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의료재단·요양병원 설립·운영에 관여했다는 데 대해 법원이 앞서 경찰과 판단을 달리하면서 최 씨의 운명도 달라진 것이다. 경찰은 2014년 최 씨를 불입건했고, 고양지청은 2015년 A 씨 등 동업자 3명만 기소했다. A 씨는 법원에서 징역 4년을, 나머지 2명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최 씨 측은 법원 판결에 즉각 항소한다는 입장이다. 최 씨 측 법률대리인인 손경식 변호사는 선고 직후 “검찰의 이 사건 처분(기소)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치적인 수사로 억울한 면이 있다”며 “재판부가 검찰의 왜곡되고 편향된 의견을 받아들인 점에 대단히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75세 고령으로 도주 우려가 없는데도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며 “즉시 항소해 항소심에서 요양급여 수급 등 병원 운영에 관여하지 않은 증거를 추가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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