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딱딱하기만 했던 ‘금융’이 쉽고 친근하게 변하고 있다. 생소했던 용어를 자주 쓰는 말로 바꾸고 복잡했던 절차를 간소화하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금융에 대한 부담을 떨치게 됐다. 특히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인해 은행·카드·보험 등 전통 금융사들도 얼마나 더 쉽게 변하느냐가 일종의 경쟁력이 되는 추세다. 기술력으로 무장한 새로운 형태의 핀테크 기업들 또한 쉬운 금융, 재미있는 금융의 세계로 고객들을 이끌고 있다.
소프트해진 금융의 원동력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자 금융이 쉽고 단순해졌다. 당장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간단한 이체를 하려면 공동인증서(옛 공인인증서)는 필수였고 보안 카드나 OTP(1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등이 추가로 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 은행, 핀테크 업체 등의 등장으로 보안 인증 절차가 단순해졌고 보다 손쉽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상대방의 전화번호만 알거나 메신저로만 연결돼 있어도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스마트폰 활용에 익숙한 MZ세대는 금융권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있다. 토스증권이 매수·매도 같은 용어를 구매·판매처럼 일상에서 더 많이 쓰는 단어로 바꾸자 기존 증권사들도 하나둘 따라하기 시작했다. 금융 애플리케이션에서 금융 기능만 제공한다는 편견도 사라졌다. 모바일 쿠폰을 사고팔고 야구 스코어를 확인하는 기능도 생겼다. 퀴즈의 정답을 맞히면 포인트를 제공해 이를 모아서 쇼핑이나 투자를 하는 데 다시 사용할 수도 있게 됐다. 카드 전면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새겨져 누구나 소유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것도 달라진 문화다.
투자 역시 놀이처럼 단순해졌다. 은행에서 하는 예·적금, 증권사의 주식·펀드 같은 상품이 아니어도 우리 주변에 돈이 될 만한 모든 것이 투자 대상이 됐다. 한정판 스니커즈나 미술품을 여러 명이 나눠서 투자하는 것은 이미 유행이 됐다.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최소 1,000원 수준에서 투자가 가능해 MZ세대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음악 저작권도 일종의 금융 상품처럼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2일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뮤직카우의 누적 거래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32%나 증가했다. 최근 월 거래액이 300억 원, 1인 최고 거래 금액이 10억 원에 이를 정도로 호황이다. 음악 저작권 투자는 이미 발매된 음원의 저작권료 지분을 사서 매달 저작권료 수익을 받는 동시에 저작권 가격이 오르면 이를 되팔아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다. 평소 즐겨 듣는 노래나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악에 투자하고 수익을 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뮤직카우는 현재 시중은행 앱에 자사의 서비스를 장착해 은행 고객들도 손쉽게 저작권에 투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금융권은 플랫폼을 활성화하는 등 다양한 접점으로 고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유튜브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대표적이다. 시중은행은 물론 금융 당국도 국민들에게 보다 쉽게 금융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금융위TV’ 채널은 1만 5,800여 명이 구독 중인데, 2주 전에 올라온 ‘주식 리딩방에 대한 진실’이라는 영상은 조회 수가 13만 회를 기록할 정도다. 금융권 관계자는 “캐릭터나 이모티콘 등을 활용해 카드를 꾸미고 플랫폼에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은 결국 10대부터 MZ세대까지 미래 잠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추가로 고객들의 데이터를 확보해 다양한 수익 창출 수단을 만드는 것도 금융권의 과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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