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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전략 넘어 해군증강 필요"...대중견제 선봉장 될 '6-6-6 기동함대' 꿈.

[민병권의 군사이야기]

두번째 대형수송함 '마라도함' 타보니

배수량 1만4,500t급 해군 최대 함정으로

상륙병력 수백명·전차·트럭 등 동시 탑재

美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 착함까지 가능

첨단 레이더·해궁미사일로 방어력도 높여

軍, 차기함은 3만t급 경항모로 건조 추진

기동함대 전면 내세운 '대양해군론 시즌2'

탄도미사일·잠수함 방어체계 확보는 과제

지난 6월 28일 취역한 해군의 대형수송함 '마라도함'에 탑재된 근접방어무기체계(CIWS)의 모습. 반경 수km내 접근하는 적의 미사일 등을 초고속 사격으로 요격한다. /진해=민병권 기자






“주변국과의 전략적 비대칭성이 커지는 가운데 (우리 해군에게) 항공모함전단은 선택이 아닌 필수의 문제가 됐습니다. 지금까지 북한 안보위협 억제가 최우선 과제였다면 이제 역내 안보지형의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합니다”(구민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국방 전력사업을 추진할 때 우리가 처한 위협을 평가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경항공모함 건조사업은 후순위로 미루고 이번에 한미 미사일지침도 개정됐으므로 첨단미사일 전력부터 보강해야 합니다”(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한국국제정치학회가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누리관에서 국방부 후원으로 주최한 경항공모함 연구토론회에선 요동치는 우리의 안보환경 속에서 해군전력을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를 놓고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격론의 요지는 갈수록 고조되는 북한의 군사위협과 중국 등 주변국과의 해양 갈등 속에 우리 군이 항모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인가 하는 점이다.

해군이 추진중인 경항공모함의 모형이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누리센터에서 열린 경항모 관련 토론회에서 선보였다. 해당 모형은 개념설계를 중심으로 제작된 것이므로 향후 실제 경항모 사업 추진시 디자인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민병권기자


이와 관련해 미사일 능력을 확충해 주변 세력을 견제하는 ‘고슴도치 전략’을 먼저 완성해야 한다는 항모 반대론의 목소리가 거셌다. 반면 고슴도치 전략도 필요하지만 미사일 발사는 사실상 전면전 위험까지도 부담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따라서 전면전 등의 위험보다 낮은 수준의 안보갈등 상황에서 해상 군사충돌에 대비하려면 항모 등을 확보해 주변국 해상세력을 견제할 ‘현시 전략'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상당한 힘이 실렸다.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누리관에서 열린 경항공모함 관련 토론회에서 주요 전문가들과 참석자 등이 우리 군이 건조를 추진 중인 경항모 전시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민병권기자


그렇다면 우리 군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항모 건조의 세부 방향에 대해선 아직 좌고우면 중이지만 미사일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존 위협인 북한 뿐 아니라 잠재적 위협인 중국 등을 견재할 해군력 건설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그 상징적 사업이 최근 가시적 성과를 냈다. 우리 해군의 두 번째 대형 수송함(LPH-Ⅱ) ‘마라도함’ 건조프로젝트다.

해군 대형수송함 '마라도함'이 지난 6월 28일 경남 창원 진해 군항에서 취역식을 통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진해=민병권 기자


마침내 위용 드러낸 마라도함

지난 6월 28일 오전 경남 창원 진해 군항에선 오는 10월께 작전 배치될 ‘마라도함’이 위용을 드러냈다. 국내 대형 수송함 취역은 1호함인 ‘독도함’ 이후 14년 만이다. 마라도함의 취역을 맞이한 해군의 감회는 남다르다. 지난 30여 년간 꿈꿔온 미래 해군의 청사진을 실현하는 데 한발 더 다가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030년대까지 3개의 ‘기동전단’을 구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동함대사령부를 창설하는 것이다.

해군 편제상 ‘전단’과 ‘함대’는 각각 육군의 ‘여단’과 ‘사단’에 해당한다. 여기에 ‘기동’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려는 것은 해군의 주요 작전 범위를 한반도 해역을 넘어 동아시아로 확대하고 다양한 안보 위협에 한층 신속히 대응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근래에는 서해를 내해화하려는 중국이 한층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동함대 구축은 중국과 관련한 전략적 불확실성에 대응하려는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해군 관계자들이 지난 6월 28일 경남 창원 진해 군항에서 두번째 대형수송함 '마라도함'의 취역식을 열고 있다. /진해=민병권기자


마라도함이 이끌 미래 기동함대 모습은

우리 군이 구상하는 기동함대사령부의 편제는 기본적으로 ‘6-6-6 함대’ 개념을 지향한다. 숫자 ‘6’은 6척의 전투함으로 구성된 기동전단을 의미한다. 6척의 전투함은 세종대왕함급 이지스함 2척과 미니 이지스함인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2척,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 2척이다. 이렇게 6척씩의 전투함을 갖춘 3개(6-6-6)의 기동전단을 확보해 1개의 기동함대를 창설하는 개념이다. 이를 위한 전투함 중 세종대왕함 3척과 충무공함 6척은 이미 확보된 상태다. 세종대왕함 추가 3척은 2020년대 중반 이후부터, KDDX는 2020년대 후반부터 점진적으로 전력화될 예정이다. 현재는 일단 확보된 구축함 중 9척(세종대왕함 3척, 충무공함 6척)으로만 일단 1개의 기동전단을 꾸려 해군작전사 직할의 ‘제7기동전단’으로 편제했다.

우리나라의 남중국해 이용 해상물동량. 중국이 남중국해 일대에서 영유권 분쟁 지속하면서 우리나라도 해상수송로 보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자료=안보경영연구원




기동함대가 전단별 6척씩의 전투함 외에도 대형 수송함을 필요로 하는 것은 유사시 함대를 통솔할 지휘함(기함)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동함대의 작전은 임무 상황에 따라 상륙전·대잠수함전 등 다양하고 유연하게 부여될 수 있는데 이를 지원하기 위한 상륙 장비와 병력·대잠항공기 등을 함께 싣고 다니기 위한 대형 플랫폼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독도함에 이어 마라도함을 추가로 건조하게 됐으며 특히 마라도함은 지휘함 기능이 크게 강화됐다는 게 해군의 설명이다.

해군 관계자들이 지난 6월 28일 경남 창원 진해 군항에서 두번째 대형수송함 '마라도함'의 취역식을 열고 있다. /진해=민병권기자


마라도함 직접 승선해보니

마라도함은 1만 4,500톤급(경하배수량 기준) 함정으로 우리 군이 보유한 가장 큰 배다. 전장은 199.4m, 전폭은 31.4m에 이른다. 서울경제가 지난달 28일 마라도함에 승선해보니 외부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체감 공간이 광활했다. 운용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승조원은 330명으로 정해진 가운데 유사시 훨씬 많은 인원과 물자를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상륙작전 시 수백여 명의 상륙 병력과 여러 대의 항공기, 전차, 상륙돌격장갑차(KAAV), 고속상륙정(LSF), 견인포, 대형 트럭 등을 동시에 실을 수 있다는 게 해군의 설명이다.

지난 6월 28일 경남 창원 진해 군항에서 취역한 해군 대형수송함 '마라도함'의 비행갑판 전경.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리 등도 동시에 착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진해=민병권 기자


마라도함은 함재기 등이 이·착함할 수 있는 ‘비행갑판(메인데크)’을 기준으로 그 위에 총 3층의 함교 등을 탑재하고 있고 그 밑으로는 함내에 3개의 갑판(제2~4갑판)을 확보했다. 비행갑판에는 5개의 항공기 착함 지점(일명 1~5번 ‘스폿’)이 마련돼 있다. 항공기가 스폿에 착륙하면 마치 엘리베이터처럼 함내로 내려가 격납된다. 그중 2개의 스폿 바닥은 20여 톤의 무게와 섭씨 330도 이상의 열을 견딜 수 있도록 두꺼운 초고장력강으로 제조됐다. 이는 유사시 미국산 수직이착륙 수송기인 오스프리 MV-22급의 하중과 배기열을 견디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 해군은 오스프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오스프리를 기준으로 스폿 갑판을 설계한 것은 미국 해병대의 상륙작전을 기준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라고 군의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지난 6월 28일 경남 창원 진해 군항에서 취역한 해군의 대형수송함 '마라도함' 메인데크(비행갑판) 상부 모습. 전방위를 동시에 탐색할 수 있는 4면 레이더 등이 탑재된 함교가 돋보인다. /진해=민병권기자


마라도함 상부에는 전자식 에이사(AESA) 기술이 적용된 거대한 4면 고정형 대공레이더가 장착됐다. 기계식 회전 레이더만 장착한 독도함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적의 항공기, 미사일 등을 전방위로 탐지할 수 있다. 에이사 레이더는 주로 상황 발생 시 운용하고 평시에는 국내에서 개발한 3차원 선회형 레이더로 탐색한다. 이 선회형 레이더도 기존 독도함 레이더보다 한층 고성능이라고 해군은 전했다.

육안으로 식별하기는 어려웠으나 마라도함 상부에는 미사일을 쏠 수 있는 수직 발사대도 설치돼 있다. 여기에는 적의 미사일들을 요격할 국산 대공미사일인 ‘해궁’이 탑재된다. 또 다른 방어 장비로 근접방어무기체계(CIWS)가 장착돼 유사시 함의 생존성을 높였다.

마라도함 이후 차기 지휘함 향방은

당초 해군이 원했던 것은 항공모함이었다. 그러나 예산상의 제약, 제작 기술 및 운용 노하우 미비 등으로 뜻을 이루지 못해 차선책으로 대형 상륙함을 택한 것이다. 다만 마라도함 이후로 대형 수송함을 다시 건조할 계획은 현재 없다. 대신 경항공모함을 건조해 2033년까지 전력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얻기 위해 국회를 설득 중이다. 일반적으로 경항모는 정규 항모(8만 톤 이상)보다 작은 1~3만 톤급 소형 항모를 의미한다. 우리 해군이 추진하는 경항모 역시 3만 톤급이다. 이 사업이 성사되면 1~3기동전단의 지휘함은 경항모·마라도함·독도함으로 구성될 수 있다.

미국이 개발한 수직이착륙형 스텔스전투기 F-35B가 지난 2011년 10월 3일 미 해군 강습상륙함 와스프호에서 처음 수직착륙을 하고 있다. 우리 군은 향후 도입을 추진 중인 경항모에 수직이착륙전투기를 탑재하는 방안을 놓고 F-35B 등을 저울질 하고 있다. /사진제공=미 해군


사실 항모 건조 계획의 시발점은 1990년대부터 해군이 공론화한 ‘대양해군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로 북한의 도발을 방어적으로 억제하는 ‘연안해군’ 수준을 벗어나 세계로 뻗어나가는 현대적 해군을 건설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1990년 우리 해군은 다국적 군사훈련인 ‘림팩’에 최초로 참가했고 당시 김종호 해군참모총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양해군의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고 공개 발언하는 등 대양해군 건설의 군불을 지폈다. 이듬해 바통을 이어받은 김철우 총장도 대양해군이 돼야 한다는 취지의 취임사를 내놓았고 마침내 1995년 안병태 총장이 임명되면서 해군이 공식적으로 ‘대양해군’을 해군의 정책 목표로 공식화하고 슬로건을 넘어 구체적인 사업 추진에 나섰다.

우리 해군이 2023년까지 도입을 추진 중인 경항공모함의 전투함대 운용상상도/사진제공=해군


해군은 대양해군론에 대한 범정권 차원의 지지에 힘입어 이지스 구축함 등을 포함해 3,000톤급 이상 첨단 함정으로 무장한 선진 해군으로 성장했다. 그러다 2010년 북한 잠수함이 쏜 어뢰에 우리 군의 천안함이 폭침당하면서 대양해군 건설론은 좌초됐다. 이후 10여 년이 지난 현재 해군은 다시 한번 항모 건조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기동함대를 전면에 내세운 ‘대양해군론 시즌2’에 돌입했다. 마침 중국발 해양 안보 위험이 고조되면서 기동함대 구축 계획은 힘을 받고 있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적극 참여 요구, 북한의 해상 전력 고도화 등도 이 같은 흐름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동함대 구축에는 과제도 적지 않다. 특히 급속히 고도화된 북한, 중국 등 주변국의 미사일·잠수함 등 비대칭 전력 위협으로부터 생존할 수 있는 방어 체계를 완성해야 한다. 우리 해군 수상함에 탑재된 구형 SM-2 미사일이나 국산화한 해궁만으로는 적의 탄도미사일을 막기 어려워 고고도까지 아우르는 대탄도탄 방어 체계 확보가 시급하다. 보다 광범위한 대잠 작전을 위해 해상 초계기 등을 운영할 수 있는 전방위 대잠 능력 확보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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