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과자를 먹다 질식사에 이른 환자를 의료진이 제때 치료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유가족이 청구한 2억 여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병원 측의 책임이 일부 인정됐다.
인천지법 민사16부(김정숙 부장판사)는 A 씨의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인천 모 의료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A 씨의 배우자와 자녀 2명에게 총 3,4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해당 의료법인에 명령했다.
앞서 A 씨는 오래전부터 조현병으로 병원 치료를 받다 증상이 악화하자 지난 2017년 인천 한 병원 내 폐쇄병실(안정실)에 입원했다. 같은 해 10월 3일 오전 11시 13분께 안정실에서 혼자 있던 그는 빵과 유사한 초코과자를 먹은 지 8분 뒤 쓰러졌다.
A 씨는 8분 사이에 폐쇄병실 문을 두드리거나 벽에 붙은 비상벨을 2차례 눌렀고 상체를 숙인 채 난간을 잡고서 발을 여러 차례 구르기도 했다. 이후 바닥에 주저앉아 상체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가슴을 계속 손으로 두드리던 그는 점차 움직임이 둔해지더니 의식을 완전히 잃었다.
의료진은 A 씨가 비상벨을 눌렀지만 쓰러진 지 17분이나 지난 당일 오후 11시 38분 그를 발견했다. 담당 간호사는 A 씨의 등을 두드린 뒤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다른 병원 응급실로 이송 끝에 결국 사망했다. 숨진 A 씨는 당시 입 안에 초코과자를 가득 머금고 있었다.
응급실 의료진은 '질식으로 인한 심정지가 의심된다'고 진료 기록을 남겼고 시신 검안서에 적힌 사인도 '질식에 의한 외인사'였다.
이에 A 씨 유가족은 병원 의료진이 쓰러진 고인을 뒤늦게 발견했다며 의료법인을 상대로 총 2억 여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외부 음식물 반입을 금지해야 하는데도 고인이 초코과자를 밖에서 들여와 먹도록 놔뒀고 물도 제공하지 않았다"며 "초코과자를 먹다가 목에 걸려 호흡곤란 증세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인이 초코과자를 먹은 뒤 문을 두드리고 비상벨을 눌러 도움을 요청했지만, 담당 간호사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고 당직 의사는 병원에 대기하지도 않았다"며 "이 때문에 심폐소생술 등 조치가 늦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고인이 평소 '삼킴장애'를 앓았다고 보긴 어렵다"며 "환자에게 외부 음식물을 반입하지 말도록 하거나 먹지 못 하게 할 의무가 병원 의료진에게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원은 의료진이 A 씨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아 응급조치가 늦었다며 사망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의료법인에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인은 음식물이 목에 걸려 질식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사망 전 한 행동은 기도폐쇄를 의심할 만한 징후들"이라고 밝혔다. 이어 "병원 의료진은 (폐쇄병실에) 격리된 A씨가 문을 두드리거나 비상벨을 눌렀는데도 상태를 확인하지 않다가 뒤늦게 발견했다"며 "그로 인해 A씨는 적절한 조치를 받을 기회를 놓친 채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법원은 A씨가 초코과자를 먹고 질식한 자체는 병원 의료진의 잘못과 관련이 없고 환자를 24시간 관찰할 의무가 의료진에게 있는 것도 아닌 점 등을 고려해 의료법인의 배상 책임을 일부 줄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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