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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째 ‘입법공백’ 낙태죄 개정…국회는 논의 시작조차 못해

입법개정 기한 지난해 만료됐지만 국회 논의 7개월째 지지부진

여야 개정안 시각차 커…상임위 심사 개시되도 난항 예고

박주민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지난달 30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성형주 기자




헌법재판소 판결로 효력이 상실된 형법의 낙태죄 조항 개정 논의가 국회에서 공전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9년 4월 낙태죄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20년 12월 31일을 법률 개정 기한으로 지정했다. 이미 기한이 지나 ‘입법공백’ 상태가 7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국회는 제대로 된 심의를 시작조차 못했다. 심사가 시작된다 해도 여야가 내놓은 법안이 서로 대립하는 내용이라 난항이 예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는 15일 낙태죄가 규정된 형법 제 269조와 270조 개정을 골자로 하는 형법 개정안을 의사일정에 올렸지만 실제로 논의하지는 않았다. 다른 쟁점 법안을 먼저 심의하느라 시간이 부족했다는 이유에서다. 비슷한 일은 지난달에도 반복됐다. 법사위 법안소위는 지난 6월 21~22일에도 낙태죄 관련 형법 개정안을 의사일정에 포함시켜두고 군사법원법과 같은 다른 쟁점 법안만 심사했다. 워낙 인화성이 큰 법안이라 섣불리 손 대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논의가 시작된다 해도 여야 의원들의 시각차 때문에 쉽게 답을 도출하지 못할 전망이다. 권인숙·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형법에서 낙태죄 규정을 전면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 존중을 우선시한 헌법재판소 판결의 기본 취지를 살리자는 의도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기존법보다 허용 기간이 더 줄어든 개정안을 제시했다. 조해진 의원의 개정안은 임신 6주차까지의 낙태는 허용하되 친인척간 임신이거나 사회생활이 중단될 우려가 있는 경우 10주차, 강간·준강간이거나 산부의 건강이 위험한 경우 20주차까지 임신중절 수술을 허용한다. 낙태를 허용 기간이 신설됐지만 너무 짧아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신중절이 허락되는 최대 기간은 오히려 줄었다. 서정숙 의원의 경우 낙태 허용 기간을 임신 10주차까지 제한했다.

정부는 임신 14주차까지는 낙태를 허용하고 그 이후라도 24주차까지는 모자보건법이 규정하는 사유에 한해 낙태죄 적용을 배제하는 방안을 내놨다. 14주는 단순 위헌의견을 냈던 헌법재판관들이 여성의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해 제시한 ‘커트라인’이다. 현행법에서도 △유전적 장애 △전염성 질환 △강간 혹은 준강간 △친인척간 임신 △모체 건강이 우려되는 경우 24주까지 낙태가 예외적으로 허용되지만 정부 개정안은 여기에 △사회 경제적으로 곤란한 경우를 추가해 임신중절의 실질적 범위를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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