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이 내년 1월 시행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시 처벌을 피하기 위해 기업들이 일명 바지사장을 세우는 꼼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일축했다. 박 차관은 바지사장에게 사업 전권을 주지 않았다면 사실상 책임을 실 사업주에게 묻는다고 했다. 바지사장이든, 실 사업주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투자,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차관은 16일 KBS 라디오프로그램인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중대재해법의 경영책임자를 둘러싼 갑론을박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중대재해법에는 중대재해로 처벌받을 수 있는 경영책임자를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경영계는 이 규정이 모호하다고 시행령에서 구체화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시행령에 추가 정의는 담기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바지사장을 내세우거나 사고와 무관한 경영진이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영계는 크게 우려한다.
이와 관련 진행자는 ‘기업이 가령 바지사장을 세우거나 전무, 상무가 덤터기 쓰고 회장님 아들(오너 일가)은 그대로 가는(처벌을 피하는) 것 아니냐’고 박 차관에 물었다. 박 차관은 “그게 가능하려면, 위임하는 이에게 전권을 줘야 한다”며 “(중대재해법은) 내세운 바지사장이 아무런 권한이 없다면, 책임을 못 묻고 원래 경영책임자를 찾아 처벌한다”고 답했다.
이는 중대재해법의 속성이다. 통상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열거하는 법이 아니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해야할 일을 나열한 게 중대재해법의 핵심이란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중대재해법에서 정한 안전예방조건을 지키지 않기 위해 바지사장을 내세우고, 이 사장이 아무 일을 하지 않는다면 오너의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고용부가 중대재해법의 감독 방향을 알려주기 위해 최근 안전감독에서 대표 신년사까지 살피는 배경이다. 고용부는 안전체계 확립을 위해 시설투자, 인력확보, 시스템 구축을 결정하는 실사업주의 안전의식을 감독할 방침이다. 고용부는 바지사장에게 전권이 있는지 여부를 가려내는 게 쉽다고 했다. 고용부의 안전감독은 서류 상 대표가 아니라 실제 사고 책임인 안전관리 책임자를 찾아 처벌해왔기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관련해 ‘어떻게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느냐’란 질문이 가장 많이 받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답한다”며 “중대재해법은 사고예방을 위해 기업이 무엇을 했는지를 살펴보고 제대로 안했다면 처벌받을 수 있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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