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성동구의 한 코로나19 임시 선별 검사소. 의료진 A 씨는 오전 9시부터 점심시간까지 한 번도 의자에 앉지 못했다. 문을 연 순간부터 끊임없이 인파가 몰린 탓이다. 그는 “진료소 안쪽에는 의자가 있지만 두꺼운 방호복 때문에 앉고 일어나는 게 어려워 그냥 서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구로구 구로광장의 또 다른 임시 선별 검사소. 폭염에 숨이 턱 막히는 야외라 의료진의 고충은 더 심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안내 직원은 “1분에 2명 정도 검사하고 1시간 동안 많게는 140명까지 검사한다”며 “고맙다고 말하는 시민들도 많지만 더워지면서 짜증을 내는 분들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다행히 진료소에 에어컨이 설치돼 있었지만 ‘시원한 바람’은 검사지를 들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의료진 옆으로 흘러가는 듯 보였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폭증해 보건소와 선별 검사소 등의 의료진이 탈진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며 4차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검사 건수는 총 174만 8,481건으로 집계됐다. 대유행 이전인 6월 18~24일 106만 2,906건에 비해 70%가량 늘었다. 최근 일주일간 하루 평균 검사 건수는 24만 9,783건에 달했고 토요일인 10일에도 ‘주말 효과’도 없이 29만 4,921건의 검사가 진행됐다.
검사 건수가 늘어난 데는 대규모 전수 검사 영향이 크다. 현재 방역 당국과 지방자치단체는 무증상·경증 확진자로 인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 차원에서 전수 검사를 진행 중이다. 14일에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본관 10층에서 종사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해당 층 직원 150명이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조치했고, 이달 4일 2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는 종사자 3,600여 명에 대한 전수 검사가 이뤄졌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증권사 직원들뿐 아니라 거리가 떨어진 국회에까지 선별 검사소를 마련해 전수 검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 전역에서 대규모 전수 검사가 이뤄지면서 선별 검사소 종사자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 실제 구로구청에 따르면 구로구 내 임시 선별 검사소 4곳의 검사자 수는 6일 1,448명에서 9일 만에 2,762명으로 늘었다. 특히 서울역 선별 검사소처럼 야외에 마련된 검사소에서는 폭염 속에서 두꺼운 방호복을 입고 검사를 진행하는 의료진의 건강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날 서울 관악구 신림체육센터 임시 선별 검사소에서는 행정 인력으로 파견된 40대 공무원이 폭염에 탈진하기도 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을 검사하고 치료하다 보니 의료진의 코로나19 감염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이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 6월 말까지 환자를 돌보다 코로나19에 걸린 의료인은 모두 291명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이달 들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간호사들은 선별 진료소 등 방역 현장에서 더 많은 업무를 요구받고 있다”며 “선별 진료소와 병동 간호사 수를 지금보다 많이 늘려 근무시간을 줄이고 충분한 휴식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