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니 퍼듀 농무장관에게 알래스카 동남부의 통가스(Tongass) 국유림을 보호구역에서 제외하라고 지시했다. 알래스카 주 정부와 목재 업자들의 줄기찬 요구에 부응해 벌목과 도로 개설을 허용한 것이다. 2001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취한 통가스 국유림 개발 전면 금지 조치를 뒤엎은 결정이었다.
통가스 국유림은 미국 최대의 삼림 보호 국유지다. 면적이 무려 6만 8,000㎢로 서울의 100배가 넘는다. 이 숲의 주인은 본래 틀링깃 인디언이다. 알래스카 최초의 도시인 케치칸의 통가스역사박물관에 가면 유물을 통해 이들의 역사를 접할 수 있다. 온대 우림인 통가스 국유림에는 불곰·검은꼬리사슴·북방참매 등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 동식물들이 많다. 태평양으로 나가는 연어의 40%가량이 통가스에서 알을 낳는다고 한다. 알렉산더 군도, 피오르와 빙하, 코스트산맥의 수려한 봉우리들이 절경을 이룬 통가스 지역에서는 관광 산업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에 달한다. 목재 산업 비중이 1%에 그친 점에 비하면 관광·생태의 중요성이 지대하다.
통가스 국유림의 가치를 높인 첫 걸음은 1902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알렉산더 군도 숲 준비제도이사회’ 설립이었다. 5년 뒤 루스벨트는 통가스 국유림을 선포했다. 이후 1925년 캘빈 쿨리지 대통령의 대대적 확장을 비롯해 통가스의 숲은 오랜 세월에 걸쳐 생태적 발전을 해왔다. 클린턴의 강력한 환경 보존 정책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았지만 숲은 굳건히 지켜졌다. 그러다가 트럼프의 역주행으로 숲의 절반이 넘는 3만 8,000㎢가 훼손될 위기에 내몰렸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기류가 다시 바뀌었다. 최근 미 농림부가 통가스의 삼림 보호 조치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통가스 숲 보호 정책을 충동적으로 뒤집은 트럼프의 실책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탄소 중립’을 빙자한 마구잡이 벌목으로 삼림 황폐화 논란을 빚은 우리나라 산림청 관계자들은 이런 소식을 접하면서 가슴이 뜨끔할까. 탈원전 명분을 내세워 태양광 발전으로 파헤친 숲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념에 갇힌 환경보호 주장으로 되레 숲을 해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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