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에서는 ‘귀신같이’ 기상 예측을 한 중국 기상대가 최근 허난성 정저우 폭우에서는 큰 허점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때 경보만 내렸어도 인명 피해를 크게 줄였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나왔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허난성 성도 정저우에 시간당 201.9㎜의 역대 최악의 폭우가 내리기 전에 허난성 기상대는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허난성 기상대는 지난 17일 예보에서 19일께 타이항산 자락의 중소도시인 자오쭤(焦作)에 최대 500㎜의 비가 내릴 수 있다며 저지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피할 것을 경고했다. 반면 남동쪽으로 약 100㎞ 거리에 있는 정저우(鄭州) 등에는 영향이 적다고 예보했다.
하지만 기상대의 예보와 달리 최악의 폭우는 예상보다 하루 늦은 20일, 지역도 자우쭤가 아닌 1,200만 도시인 정저우에 쏟아졌다. 기습 폭우를 당한 기상대는 지난 20일 오전 정저우에 집중호우가 시작되자 뒤늦게 최고 경보인 ‘적색 경보’를 발령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미 출근한 이후였다. 중국에선 폭우가 예상될 경우 재택 근무를 권고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정저우 시내 지하철 침수로 12명이 숨을 거두는 등 수십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겨우 사흘 동안의 누적 강수량은 617㎜로 연평균 강수량(640㎜)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허난성 기상대는 “극단적인 기상 상황에 대한 예보 정확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SCMP에 인터뷰한 한 기상학자는 “정저우의 역대급 강우량을 예측하기 어려웠지만 이번 재난으로 인해 관측소 부족을 포함해 소홀했던 일부 지역이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에 있는 국가기상센터는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가 인정한 9곳 중 하나로 센터에서 사용하는 위성과 슈퍼컴퓨터에도 불구하고 강우 예상은 국제 기준에 크게 못미친다. 중국의 악천후국가핵심연구소가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 기상 당국은 2018년에 24시간 후 강우량의 약 15%만 맞혔고, 2019년에는 20%까지 증가했다. 이에 비해 미국과 일본, 유럽의 정확도 수준은 약 30%다.
한편 이번 정저우의 기상 예보 실패 참사는 지난 7월 1일 공산당 100주년 기념행사 때와 크게 달라 눈길을 끈다. 당시 중국 정부는 행사시의 날씨 예측을 위해 11명의 기상 예보 특별팀을 구성해 6개월 전부터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일 톈안먼광장(천안문광장)에서 진행되는 기념행사가 오전 8시에 열렸는데 이는 오후 폭우가 쏟아진다는 예보 때문이었다.
홍콩 명보는 “이날은 역대 중국 공산당의 행사 중에서 가장 이른 시간에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기념식 행사 도중에는 부슬비가 내렸지만 오후 들어 쏟아진 폭우는 피하게 돼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100주년 저녁 축하공연도 당초 일정인 6월 29일보다 하루 앞당긴 28일에 진행했는데 실제로 29일 저녁에는 큰 비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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