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한미일 3국의 대북 공조 방안을 재확인한 뒤 중국을 방문한다. 셔먼 부장관은 이날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회동한 후 “한반도의 비핵화는 중국과 협력 분야이며 중국과 논의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해 중국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도울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외교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중 관계가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셔먼 부장관에게 중국 내정간섭 중단 요구를 예고한 만큼 북핵 해법에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셔먼 부장관은 이날 최 차관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외교 차관 전략 대화를 진행했다. 양국 간 외교 차관 전략 대화는 지난해 7월 이후 1년 만이며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는 처음이다. 셔먼 부장관은 이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북한에 대화를 제안했으며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최 차관 역시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한 만큼 북한 측의 답변을 끈기 있게 기다리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한미 차관은 또 코로나19 확산, 반도체 공급망 강화, 기후변화 협력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셔먼 부장관은 이날 대화를 마친 뒤 몽골로 출국했고 25일 중국 톈진에서 미중 고위급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당초 순방 일정에는 중국이 제외됐었다. 중국과 고위급 회담의 카운터파트(맞상대) 결정이 원활하지 않자 일정에서 제외한 것이다. 하지만 회담이 극적으로 성사됐고 25일 톈진에서 북핵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중 간 고위급 회담이 성사됐지만 대북 해법 등 묘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회담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을 중단하라고 미국 측에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중 갈등이 여전한 만큼 외교 전문가들은 자칫 지난 3월 미국 알래스카 회담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당시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 등을 두고 설전을 벌이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의 안정 등을 언급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중국은 크게 반발할 것”이라며 “주요 의제를 두고 미중 간 갈등이 표출될 텐데 대북 문제에서만 합의를 이루는 성과가 나오기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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