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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탄소 중립은 공짜가 아니다

■이재용 디지털전략·콘텐츠부장

文, 온실가스감축목표치 높인다지만

철강업종만 68조 등 비용 부담 커져

일자리 감소 등 국민 삶에도 큰 타격

정부, 정책 당위성 홍보만 치중 말고

후폭풍 최소화 할 대책 먼저 세워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우리나라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추가 상향해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NDC는 오는 2030년까지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과거 특정 시점과 비교해 얼마나 줄이겠다는 목표치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일본 등은 4월 기후정상회의에서 기존보다 대폭 높인 NDC를 공개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회의에서 구체적인 추가 감축 목표를 제시하지 못하고 연내 추가 상향만 약속했다.

앞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유엔기후변화협약에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24.4% 줄이겠다는 NDC를 제출한 바 있다. 이보다 한층 높아질 우리나라의 새 NDC는 11월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를 앞둔 10월 말쯤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NDC가 얼마나 높아질지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 규모를 2018년 대비 40% 이상으로 상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탄소 중립은 기후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 지구적 과제다. 세계 각국이 NDC를 높여 잡는 이유는 분명하다. 기존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는 지구온난화 등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부족한 만큼 보다 적극적인 실천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의 NDC 상향 논의를 보면 무언가 부족한 듯하다. NDC를 올려야 하는 당위성은 분명해 보이지만 NDC 상향의 거센 후폭풍에 대한 안내와 대비는 허술하다. NDC 상향은 국가 경제와 기업은 물론 국민의 삶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사안이다.

먼저 기업들은 NDC가 상향될 경우 기존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탄소 배출이 많은 철강 업계를 예로 들면 석탄을 사용하는 제철 방식을 탄소 발생이 없는 수소환원 공법으로 변경하는 데만 68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NDC 이행을 위해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면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걱정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이 대표적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내연기관차 생산을 줄이고 전기차 생산을 늘려야 하는데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 수는 내연기관차보다 30~40%가량 적어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하다.

국민들 역시 그간 탄소 배출 덕분에 누려온 편안한 삶을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한다. 실제로 프랑스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기차로 2시간 30분 이내 거리는 비행기 운항을 금지하고 식당과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서 난방 기구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각종 비용 상승으로 얇아질 지갑도 감수해야 한다.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탄 발전을 줄이고 발전 단가가 높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면 전기료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이 제품 생산 과정에서 석유류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면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탄소 중립은 마땅히 가야 할 길이지만 각종 비용과 불편은 물론 고통도 동반되는 험난한 길이다. 따라서 정부는 NDC 상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앵무새처럼 정책의 당위성만 홍보하기보다는 실행 과정에서 발생할 비용과 갈등을 국민에게 상세히 알리고 사전에 이해를 구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탄소 중립을 위해 발생하는 비용을 국가와 기업·국민이 어떻게 나눠 부담할지에 대한 논의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선진국들에 뒤질세라 NDC를 높여 잡는 일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이번 정부가 높인 NDC를 실행하는 것은 다음 정부의 몫이다. 더구나 한번 정한 NDC는 나중에 다시 낮출 수도 없다.

내년 대선을 앞둔 정부가 과연 NDC 이행에 따른 비용 증가, 일자리 감소 등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국제사회에서 체면을 차리기 위해 NDC의 후폭풍을 최소화할 대책 마련은 뒤로한 채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는 것은 무책임을 넘어 위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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