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7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지는 등 중국의 하반기 경기 둔화 속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폭우 등 자연재해, 코로나19 재확산, 군기 잡기식 기업 통제 등으로 악재가 쌓이는 가운데 2분기 경제성장률 반 토막에 이어 대표 제조업지수도 최악을 기록해 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1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전날 공개된 7월 제조업 PMI는 50.4로 전달(50.9)은 물론 시장 전망치(50.8)에도 못 미쳤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해 2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제조업 PMI는 지난해 11월 52.1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경기 확장과 위축의 경계선인 ‘50’에 거의 접근했다. 사실상 위축 국면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특히 7월 PMI는 3분기 첫 지표라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끌었는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든 셈이 됐다.
앞서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1분기 18.3%에서 7.9%로 급락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올해 세계 경제 전망에서 중국의 성장률을 기존 8.4%보다 0.3%포인트 낮은 8.1%로 내렸다.
최근 중국의 경기 둔화는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급등, 허난성 일대의 대규모 폭우 등 잇따른 자연재해, 난징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고질적인 소비 부진도 회복은커녕 오히려 악화하고 있어 설상가상이다. 장쯔웨이 핀포인트애셋매니지먼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신규 수출주문지수마저 지난해 7월 이후 최저 수준인 것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지난 7월 중순 기존의 긴축 기조를 바꿔 은행 지급준비율을 15개월 만에 0.5%포인트 인하한 것도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심상치 않은 경기 둔화 속도 때문으로 보인다. 은행 지준율 인하로 약 1조 위안(170조 원)의 유동성이 시장에 공급되지만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 가능성마저 제기하는 상황이다. 이미 각종 소비지원책이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경기 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온 가운데 당국의 ‘홍색 규제’가 도를 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대표 기업들은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경제 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달 30일 25개 대형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또다시 ‘소집’했다. 공업정보화부는 ‘인터넷 산업 집중 단속’과 관련해 기업들에 스스로 잘못을 찾아 바로잡으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불려 나온 기업에는 알리바바·텐센트·바이트댄스·디디추싱·메이퇀·샤오미·넷이즈 등 중국 빅테크 기업이 망라됐다.
앞서 공업정보화부는지난달 26일 이번 단속의 초점이 데이터 안보 위협, 시장 질서 교란, 이용자 권익 침해 등에 맞춰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지난해 10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정부 공개 비판 직후부터 기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을 국가 안보를 구실로 조사하고, 특히 교육비 부담 완화를 위한다며 교육 업체의 자본 제한 등 사실상 산업말살책을 펴 충격을 준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의 엄격한 규제는 공급망을 교란하고 금융시장을 더욱 분열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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