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메달’로 마무리한 한국 펜싱의 위업에는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이 뒷받침됐다.
지난 31일 김지연·윤지수·최수연·서지연으로 구성된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 이탈리아를 꺾고 사상 첫 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펜싱은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남녀 사브르, 남녀 에페 대표팀 모두가 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사브르 금메달과 여자 에페 은메달에 남자 에페와 여자 사브르는 동메달을 챙겼다. 남자 사브르 개인전 김정환의 동메달까지 펜싱에서 금 1, 은 1, 동 3개를 수확했다.
스포츠정책과학원은 올림픽을 준비하며 지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가동했다. 불빛 센서와 수건, 테니스공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펜싱에서 필요한 눈과 손의 조정력, 잔발 치기 등을 단련할 수 있도록 했다.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 펜싱 강국의 사례도 참조해 우리에게 맞게 만들어 시행했다.
특히 불빛을 활용한 훈련과 종목별 맞춤 훈련에 대한 선수들의 호응이 좋았다.
펜싱 대표팀 선수들은 일명 불빛터치 스텝 훈련에 땀을 쏟았다. 1∼2m 전방 목표지점에서 불이 들어오면 잽싸게 펜싱 스텝으로 전진해 손으로 터치한 뒤 돌아오는 동작을 1회에 15초 동안 반복한 것이다. 9년 만의 단체전 결승 진출과 은메달을 수확한 여자 에페 대표팀의 경우 단체전 경기에 체력 소모가 큰 만큼 체력 훈련에 가장 큰 비중을 뒀다. 서킷 트레이닝의 경우 한 동작의 시간은 30초로 줄이되 그 사이 온전히 쉬는 시간 없이 펜싱의 앙가르드(준비) 자세로 뛰게 하는 식으로 훈련의 강도와 질을 높였다.
이진석 스포츠정책과학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펜싱의 본질을 흐리지 않으면서 부상 방지나 경기 전 마음가짐을 다잡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며 “선수들의 노력이 다 한 것이지만, 저희도 기여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니 보람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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