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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담] '길고 굵은' K방역에 구원 등판한 '인류 기여' K백신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文대통령, 3년 연속 여름휴가 연기...방역 집중

"추석 전 3,600만명 접종, 세계 백신 부족 해결"

"내년 상반기 국산 개발, 4년 뒤 5대 백신 강국"

'K-글로벌 백신 허브' 전략 앞세워 웅대한 각오

"짧고 굵게 끝내자"던 거리두기는 또 2주 연장

김부겸, 보수집회에 '경고장'...당분간 살얼음판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한달 이상 1,000명대를 넘어가면서 “짧고 굵게” 끝내겠다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이 또 다시 2주 더 연장됐다. 백신 수급에도 부침이 생기면서 접종률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여름 휴가를 연기하고 방역 대책 마련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특히 ‘K-글로벌 백신 허브’라는 새로운 ‘K-’ 브랜드 카드까지 꺼내며 장기적으로 백신 외주 생산과 국산 백신 개발에 지원을 집중하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변이 바이러스가 예측 불가능한 수준으로 발생·확산하고 있어 방역 상황은 당분간 살얼음판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 /연합뉴스


文대통령, 3년 연속 여름휴가 연기... 방역·민생 일정 집중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주간 대통령의 일정은 평소보다 더 빼곡하다”며 “정례 일정 외에도 방역·백신회의와 폭염 현장 일정 등이 촘촘히 배치돼 있다”고 소개했다. 또 “고통받는 국민과 어려움을 함께하며 작은 위로와 희망이라도 드리고자 하는 대통령의 마음이 휴가 대신 선택한 8월 첫 주의 일정에 가득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박 수석의 말대로 문 대통령은 당초 8월 첫째 주에 여름 휴가를 떠날 예정이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재확산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일본 도쿄 올림픽 개막식과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 등을 고려해 그 직후인 8월 초를 휴가 시기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코로나19 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데다가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정부도 7월부터 거리두기 완화 조치를 계획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7월 초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거리두기 단계 상향 조치도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문 대통령의 휴가 계획도 잠정 보류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22일 “문 대통령의 여름 휴가는 8월 초로 예정돼 있었으나 심각한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단독] 코로나 대유행에...文대통령도 여름휴가 "연기"

문 대통령이 제때 여름 휴가를 못 간 건 벌써 3년째다. 2019년에는 7월29일부터 8월2일까지 5일간 휴가를 보내려다가 그해 7월 일본의 수출규제조치 시행 등의 여파로 취소했다. 지난해에도 집중 호우로 인한 피해가 전국적으로 잇따르면서 여름 휴가 일정이 무산됐다.

대선 후보 시절 ‘연차휴가 전체 소진 의무화’ 등을 정책으로 내세운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만 해도 “연차휴가를 다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청와대 직원들에게도 연차 사용을 적극 독려했다. 정작 문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2017년 연차 14일 가운데 8일 밖에 쓰지 못한 것이다. 2018년에는 21일 중 12일만 사용했고, 2019년에는 5일만 소진했다.

6일 서울 송파구 송파체육문화회관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에서 접종을 마친 시민들이 이상 반응 모니터링 구역에서 대기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은 6일 0시 기준으로 40%를 넘어섰다. /연합뉴스


“K-방역 우수성 십분 발휘 중...추석까지 3,600만명 접종”

휴가를 미룬 문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부터 방역과 백신에 대한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께서 기다렸던 휴가조차 마음 편히 보내지 못하는 상황에 무척 마음이 무겁다. 특히 누적된 피로와 폭염 속에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코로나를 통제하고 있는 방역진과 의료진, 일선 공무원들에 대한 감사는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코로나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지금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세계적으로 확진자 수가 5주 연속 증가하고 있다. 백신이 해결책이 될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백신 접종에서 앞서가는 나라들도 방역 조치를 완화하자마자 다시 확산이 증가하고 심지어 접종자 가운데서도 확진자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 방역 전선을 다시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도 인류는 코로나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다. 변이가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면서도 “다만 분명한 것은 백신이 위중증률과 치명률을 크게 줄여 주기 때문에 접종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과 백신 접종·방역 조치를 병행해야만 코로나 확산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다행히 우리 방역과 의료체계는 충분히 신뢰할 만하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찾아내고 빠르게 치료하는’ K-방역의 우수성은 현장에서 십분 발휘되고 있다. K-방역의 장점이 흔들림 없이 작동되고 고령층 등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이 완료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치명률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9월까지 3,600만 명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친다는 계획도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목표를 앞당겨 추석 연휴 전까지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며 “다음 주부터는 20대부터 40대까지 1,7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사전예약이 시작된다. 대규모로 단기간에 예약을 마치기 위해 시스템을 정비하고 10부제 예약으로 불편을 줄이면서 공평한 접종 기회가 보장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백신 수급에 불확실성이 있지만 8·9월 접종을 위한 백신 물량은 차질 없이 도입될 것”이라며 “국민들께서는 정부를 믿고 예약과 접종에 적극적으로, 질서 있게 참여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나프탈리 베네트(왼쪽) 이스라엘 총리가 3일(현지시간) 모친 미르나 여사가 코로나19 3차 백신(부스터 샷)을 맞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말부터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6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부스터 샷 접종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세계적 백신 부족·불평등, 대한민국이 앞장서서 해결”

문 대통령은 나아가 ‘K-글로벌 백신 허브’ 전략을 통해 세계적 백신 부족난을 앞장서서 해결하겠다는 웅대한 목표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열린 ‘K-글로벌 백신 허브화 비전 및 전략 보고대회’에서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바이러스가 확산하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상황이 다시 악화하고 있다”며 “끝이 잘 보이지 않는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어수단은 백신”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최근 발생한 확진자와 사망자 대부분이 백신 미접종자 중에서 나오고 있다”며 “백신 접종이 위중증률과 치명률을 크게 낮추는 등 백신은 코로나로부터 인류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 주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세계적인 백신 부족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특히 백신 보급의 국가별 격차가 심각하다. 일부 백신 부국들은 ‘부스터 샷’을 계획하는 반면 다수의 저소득 국가는 내년까지도 접종 완료가 어려운 백신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모든 나라에 백신이 충분히 보급되지 않고서는 계속되는 변이의 발생과 코로나 확산을 막을 수 없다. 결국 문제 해결의 근본 해법은 백신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 ‘글로벌 백신 허브’를 국가전략으로 강력히 추진해 인류 공동의 감염병 위기 극복에 기여하겠다. 우리는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고 세계적으로 안전성과 효과성을 인정받는 코로나 백신 4종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백신 산업에 대한 기업들의 도전 의지와 정부의 육성 의지도 확고하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지금이 글로벌 백신 허브를 향해 과감하게 도전해야 할 적기”라며 “정부는 역량과 자원을 총동원하여 인류의 보건 위기 대응에 기여하고 백신 산업을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힘 있게 육성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회의는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위원회’ 첫 회의를 겸해 열렸다.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김부겸 국무총리이지만 첫 회의는 문 대통령이 직접 주재했다. 국산 백신 개발을 향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라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었다.

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K-글로벌 백신 허브화 비전 및 전략’ 브리핑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5년 5대 백신 강국…내년 상반기 국산 개발도 기대”

문 대통령은 이날 “2025년까지 ‘글로벌 백신 생산 5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며 백신을 반도체·배터리와 함께 ‘3대 국가전략기술’ 분야로 선정해 5년간 2조 2,00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복안도 함께 밝혔다. 문 대통령은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필수 소재·부품·장비의 생산과 기술을 자급화해 국내 기업들이 생산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연간 200명 이상의 의과학자를 새롭게 육성하고 임상시험 전문인력 1만명, 바이오 생산 전문인력 연간 2,000명 등 인력 양성에도 힘쓰겠다”고 소개했다. 이어 “K-바이오랩 허브를 구축하고 첨단투자지구도 지정하여 각종 인센티브도 제공하겠다”며 “독일·영국 등 다른 국가와도 백신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WHO(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 글로벌 백신 연구소, 기업들과의 소통·협력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국산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도 감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백신 자주권 확보를 위한 국산 백신의 신속한 개발도 매우 중요하다”며 “이달 중에 국내 기업 개발 코로나 백신이 임상 3상에 진입할 예정이고 내년 상반기까지 국산 1호 백신의 상용화가 기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차세대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생산 핵심기술의 국산화가 이뤄지고 있고 올해 안에 임상시험 진입도 가시화되고 있다”며 “정부는 임상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끝을 본다는 각오를 가져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끝으로 “백신과 원부자재 관련 기업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글로벌 백신 허브 목표를 충분히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며 “정부가 백신 개발을 끝까지 지원하고, 실패하는 경우에도 문책당하지 않도록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위원회에서 논의하라”고 지시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리두기는 ‘2주 연장’, 보수집회엔 ‘경고장’…방역은 계속 살얼음판

문 대통령의 미래 방역·백신 비전 제시에도 당장의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쉴 새 없이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확산세가 잦아들 만한 터닝포인트가 좀체 마련되지 않았다. 정부가 꺼낸 카드는 결국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 거리두기 2주 더 연장’이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6일 주재한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국민 여러분의 인내와 협조로 급한 불은 껐지만 감염 확산의 불길은 여전하다”며 이달 22일까지 현 방역 조치를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이어 “종교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정치적 신념·이해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할 수 없다”며 “4차 유행의 한복판에서 불에 기름을 붓는 행위를 정부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대표로 있는 국민혁명당과 국민특검 변호인단이 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한 데 대해 견제구를 던진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코로나19 위험도, 접종률, 의료대응 역량, 변이 바이러스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민의 일상 회복을 조금이라도 더 앞당길 수 있는 새로운 방역전략을 미리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짧고 굵게’ 끝낸다던 고강도 방역조치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고 굵게’ 이어지는 셈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7월12일 청와대에서 코로나19 대응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거리두기 4단계 조치를 ‘짧고 굵게’ 끝내고 백신 접종 확대로 연결시키면서 기필코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문 대통령의 휴가 연기만큼이나 국민의 희생과 불편도 한 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8월15일 예정된 보수 단체 집회가 가져올 정치적·방역적 파장도 관건이다.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5일 논평을 통해 “글로벌 백신 생산 5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공감한다”면서도 “‘백신 개발’을 이야기하기 전에 ‘백신 수급’에 관해 국민들 앞에 설명해야 한다. 국민들은 4년 뒤의 백신 개발 능력이 아닌, 지금 당장의 백신 수급 능력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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