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식량난에 이어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가운데 한미 외교당국이 코로나19 백신·식량 지원 등 대북 인도주의 협력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 아울러 정부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추진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르면 9월 추석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 모멘텀이 형성될지 이목이 쏠린다.
8일 외교부에 따르면,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 6일 전화통화에서 대북 인도주의 협력을 모색하는 데 뜻을 모았다. 외교부는 “양국은 인도주의적 협력 등 북한과의 협력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협의를 했다”고 설명했고, 미 국무부도 “양측은 최근 북한의 동향을 논의하고 한반도에 대한 인도주의적 구상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이후 식량·백신·의약품·의료장비 등 구체적인 목록에 대해 논의해나갈 전망이다. 통일부는 이미 지난달 30일부터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주의 협력 물자 반출 신청 승인을 시작했다.
실제로 최근 북한은 8월에서 10월 사이 자력으로 극복하기 힘든 ‘혹독한 시기(lean period)’가 닥칠 것이라는 유엔식량농업기구의 진단 대로 인도주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일부터 함경남도 지역 폭우로 인해 주택 1,170여 세대가 침수돼 주민 5,000명이 긴급 대피했다. 또 도로 1만6,900여m와 강·하천 제방 8,100여m가 파괴되면서 수백 정보의 농경지가 유실됐다. 북한은 지난해 여름에도 농경지 침수로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 지역 쌀 생산량이 대폭 줄어든 바 있고, 이미 올해 식량은 100만t가량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인도주의 지원에 이어 9월 추석 기간 내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개최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이산가족 화상상봉이 9월 추석 전후로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남북간 협의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통일부는 지난 6월부터 전국 이산가족 화상상봉장 7곳 증설에 11억 8,000만원을 지원하는 안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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