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90) 전 대통령이 9일 피고인 신분으로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광주로 출발했다.
전 씨는 이날 오전 8시 25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부인 이순자(83)씨와 함께 나와 광주지방법원으로 향했다. 전 씨가 재판에 출석하는 것은 지난해 11월 1심 재판 이후 9개월 만이다.
이날 회색 양복을 입고 대문을 나선 전 씨는 “대국민 사죄할 생각 있느냐”,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의사는 없나”라는 등 취재진과 1인 유튜버들의 질문에 아무 대답 없이 손만 흔들고 차에 탔다.
전 씨는 지난해 11월 1심 재판 출석 당시에는 시위대를 향해 “말 조심해 이놈아”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전 씨 측은 그동안 법리상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로 항소심 진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해왔지만 재판부가 “재판은 할 수 있으나 불이익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자 입장을 바꿨다.
전 씨 재판은 이날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형사1부(김재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전 씨는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군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한 고 조비오 신부를 가리켜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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