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 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 최대주주가 지분 매각을 공식화했지만, 태그얼롱(동반매도권)을 가지고 있는 주요 주주들에게 아직 동반매도 의사조차 확인하지 않는 등 매각 초기 단계에서 논의가 ‘올스톱’한 상황으로 파악됐다. 업계 1·2위인 이지스와 마스턴투자운용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심사가 계엄 사태 이후 사실상 멈춰버리며 투자 유치부터 매각 논의까지 원활한 경영 활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의 최대주주 손화자씨(지분율 12.4%) 측이 매각 자문사로 선정한 모건스탠리는 태그얼롱을 보유한 주요 주주인 현대차증권(6.59%)과 한국토지신탁(5.31%), 우리은행(0.8%) 등에 동반매도 의사 여부를 확인 하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상주식 수와 가격, 조건 등을 명시해 서면 통보한 뒤 의견을 수렴,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접어들지만 지난달 말 매각 의사를 공식화했음에도 제자리걸음인 것이다. 마스턴의 최대주주인 김대형 고문도 지난달 말께 자신이 보유한 마스턴 지분 32.5% 중 약 10% 지분을 처분하기 위해 삼일PwC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지만 구체적인 매각 논의는 진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업용 부동산 알짜 회사인 이지스와 마스턴의 지분 인수에 대해 관심이 있는 회사는 상당하지만, 금융감독원의 제재 심사가 2년이 넘도록 마무리 지어지지 않으며 협상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2023년 1월부터 이지스에 대한 검사에 착수, 대주주가 가족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조사했다. 같은 해 마스턴에 대해서는 최대주주이자 창업주인 김대형 고문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차익을 낸 혐의를 살폈다. 다만 시장에서는 양사 징계수준은 상당히 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문제는 이지스와 마스턴에 대한 조사 기간이 무기한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이들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지난해 말께 열고 징계 수위를 확정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계엄령 사태가 터지며 기약 없이 우선순위가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의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 규정'에 따르면 표준검사처리기간은 180일이지만 이들에 대한 조사 기간은 4배 수준인 7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IB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징계 결과에 따라 지분 가격이 달라질 수 있는 데다가, 괜히 제재가 진행 중인 회사를 매수하겠다고 나서 금감원 심기를 건드리고 싶은 곳은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다른 상업용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제재 결과가 너무 오랫동안 나오지 않으면서 이들이 겪고 있는 유무형의 피해가 너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영권 매각 뿐 아니라 원활한 투자유치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국내 부동산 투자자금을 굴릴 코어플랫폼 펀드 위탁운용사를 선정했는데, 업계 1위인 이지스가 최종 결과에 제외됐다. 업력이나 자본규모, 운용 실력 등을 따지면 당연히 포함됐어야 하지만 징계가 진행 중이라는 점이 치명적이지 않았겠느냐는 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투자 유치도 받고, 활발하게 자산 손바뀜을 해야 오피스나 물류센터 등 시장에도 활기가 돌 텐데 정치적 상황을 이유로 자본시장 시계마저 멈춰버렸다는 게 문제"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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