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지방 관영 매체가 최근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둘러싸고 중앙 관영 매체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일반적으로 관영 매체는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으며 관련 정책을 충실하게 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전반적 경기둔화 과정에서 지역 간에 이익충돌이 발생하면서 이들 관영 매체들도 이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스템이 철옹성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8일 대만 중앙통신 등 중화권 언론들에 따르면 최근 중국 관영 매체들이 잇따라 온라인 게임, 전자담배, 분유 등의 규제를 요구하는 기사를 내보낸 가운데 중국 광둥성 선전 지역의 한 관영 매체가 이에 대한 비판 논평을 내보냈다.
선전시의 지역 매체 선전상보는 지난 5일 논평을 통해 “일부 매체가 최근 상장기업을 지목하고 무책임하게 알가왈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또 “지난주에만 관영 매체가 온라인게임, 전자담배, 성장호르몬 등 분야를 저격했고 관련 주식의 폭락사태가 빚어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매체는 증시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선전상보는 선전시 보도집단 산하의 매체다. 선전 보도집단은 선전시 공산당 위원회와 선전시 당위원회 선전부 직속 기구다. 사실상 선전시의 의사를 충실히 전달하는 조직인 셈이다.
선전상보가 지적한 분야는 지난주 관영 메체의 규제 주장으로 증시에서 논란이 된 사건들이다.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신문인 경제참고보는 지난 3일 ‘정신적 아편이 수천억 가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는 기사에서 온라인 게임을 마약이라고 규정하며 규제를 요구했다. 이 충격에 당일 텐센트·넷이즈 등 중국 게임주식은 10% 가까이 폭락했다.
또 관영 신화통신은 직접 5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장호르몬과 청소년 전자담배 흡연을 경고하는 두 건의 기사를 내보냈고 이어 6일에는 아기 분유 규제를 제기했다. 역시 관련주들은 폭락했다. 또 5일 공산당 중앙위원회 당보 경제일보는 논평에서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기업을 겨냥해 저속한 콘텐츠를 확산시킨다고 주장했다.
즉 이러한 중앙 매체들에 대항해 이번에 지방의 매체가 도전을 한 셈이다. 물론 광둥성 선전이 작은 지방은 아니다. 선전시는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특구’로 성장했으며 현재 상하이에 버금가는 대도시가 됐다. 최근 중앙 관영 매체들의 집중 타깃이 된 텐센트 등 유수의 빅테크기업이 여기에 본사를 두고 있다. 선전에는 중국의 양대 증권거래소인 선전증권거래소가 있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매체 전쟁이 확산 될 가능성은 많지 않다. 선전상보는 해당 논평이 논란이 되면서 다음날인 6일 아침 내용을 삭제했다. 앞서 온라인 게임을 ‘아편’이라고 격한 어조로 공격했던 경제참고보도 해당 내용을 내렸다. 특히 이러한 인터넷 빅테크 기업에 대한 공격이 사실상 중국 공산당과 정부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매체가 토를 다는 것은 지역·분리주의로 비칠 위험이 있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극도로 경계하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은 정책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를 파악하기 위해 관영 매체를 이용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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