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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이오지마 전투

이오지마의 깃발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5년 2월 서태평양의 요충지인 이오지마(硫?島·유황도) 섬을 두고 미국 해군·해병대와 일본 육군 간에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벌어졌다. 이오지마는 도쿄 남쪽 1,000㎞가량 되는 곳으로 도쿄~괌·사이판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화산섬이다. 크기가 백령도의 절반에 불과하다. 미군은 괌 일대를 점령한 후 장거리 폭격기 B-29를 이용한 본토 폭격을 가로막는 이 섬의 일본군 기지를 없애야 했고 일본군은 조기 경보와 B-29 요격을 통한 본토 방위를 위해 이 기지를 포기할 수 없었다. 일본군은 이 전쟁에서 2만 900여 명 가운데 2만 명 이상이 전사했다. 미군 전사자는 6,000여 명에 그쳤지만 부상자가 많아 사상자가 2만 1,000여 명에 달했다. 당시 일본군 진지 구축에는 한국인 징용자들도 수백 명 동원됐다고 한다.

미군이 이 섬의 스리바치산 정상에 성조기를 게양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은 퓰리처상을 받았을 정도로 유명하다. AP통신의 조 로즌솔이 촬영한 이 사진은 미 해병대원들의 투혼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당시 전황 보고를 받은 후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말도 전해진다. 배우이자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 이야기를 토대로 ‘아버지의 깃발’이라는 영화를 제작했다. 당시 이 전투에 참여한 한 의무 부사관의 아들, 제임스 브래들리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미국인 관점에서 다뤘다. 이스트우드는 이 이야기를 일본인의 관점에 다룬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라는 영화도 만들었다.



이오지마 전투에 참여해 성조기 게양을 지시했던 데이브 세버런스 미국 해병대 예비역 대령이 2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102세. 세버런스 대령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성조기 이야기는 당시 자신의 대원 중 75%가 다치거나 사망한 치열한 전장에서 있었던 용기와 헌신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군은 최근 공군 성폭력, 청해부대 코로나19 집단감염, 부실 급식, 동해안 경계 실패 등 기강 해이 사건이 잇따르면서 국민적 불신을 받고 있다. 우리 군도 처절했던 이오지마 전투를 되새기며 안보 태세를 다시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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