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여섯 번째 집값 고점 경고는 나오지 않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수도권 주택매매·전세시장 동향 및 대응’ 안건을 논의했다. 홍 부총리는 “회의에서 종합적으로 그리고 면밀히 점검할 예정”이라는 정도로 말을 아꼈다. 앞서 “집값이 고점 수준이어서 추격매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다섯 차례나 시장에 경고성 메시지를 던질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일단 지난달 28일 대국민 담화가 전혀 먹히지 않았다. 당시 홍 부총리는 ‘공유지의 비극’을 거론하며 “시장 안정은 정부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시장을 탓하는 발언을 해 집중 포화를 맞았다. 이후 나온 한국부동산원의 조사에서 8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20% 올라 2019년 12월 셋째 주(0.20%) 이후 처음으로 0.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정부의 고점 경고 직전인 7월 마지막 주 107.6에서 107.9로 오히려 높아졌다. 매매수급 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넘겨 높아질수록 매수심리가 강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홍 부총리가 부동산 ‘상투’ 발언을 처음 한 것은 지난 5월24일 확대간부회의다. 그는 “외환위기 등 부동산 가격 급등 후 일정 부분 조정 과정을 거친 경험을 고려해 (투자를) 진중히 결정해 달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6월 3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장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며 집값 과열을 지적했고, 대국민 담화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추가 대책 없이 추격 매수를 자제하라는 경고만 계속할 뿐이어서 약발이 전혀 듣지 않았다. 집값 고점론이 오히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리고 시장을 컨트롤 할 힘을 잃게 하며 후폭풍만 키웠다. 이를 의식한 듯 홍 부총리는 이날 “부동산 시장과 시장 참여자들과의 끊임없는 소통 및 현장 의견 수렴 노력도 더 적극 기울여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신 홍 부총리는 공급 확대 계획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경기 남양주시 군부대 이전에 3,200채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고 이달 중 지역주민 반발로 사업 진행이 중단된 태능CC와 과천정부청사의 대체 부지 활용계획도 확정하기로 했다. 또 인기를 끌었던 사전 청약 물량을 올해 3만2,000호로 늘리고, 민영주택 및 2·4대책 공급 물량에 대한 사전청약 확대 방안도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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