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20% 할인’을 내세워 인기를 끈 머지포인트 애플리케이션이 돌연 판매를 중단하자 일부 이용자들이 관련 가맹점에 ‘폭탄 떠넘기기’에 나서면서 연쇄적인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머지포인트의 포인트형 상품권인 머지머니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될 것임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남은 포인트를 떠넘긴 사실이 입증될 경우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14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머지포인트 사태’를 몰랐던 가맹점에 조직적으로 남은 포인트를 처분한 얌체족들의 처벌을 촉구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앞서 여성시대, 뽐뿌 등 유명 커뮤니티에 머지머니 사용이 가능한 가맹점 위치를 공유하거나 사용 후기를 담은 글들이 게시된 데 따른 것이다.
‘먹튀’ 우려에 엑소더스 행렬 이어져
지난 11일 갑작스러운 머지포인트의 서비스 축소 발표에 ‘먹튀’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용자들 사이에선 이미 결제해둔 포인트를 사용할 수 없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팽배했다. 아니나 다를까 머니포인트의 제휴사 중 상당수가 서비스를 중단해 우려가 현실화됐다.
미리 충전한 포인트를 못 쓸 상황에 처하자 이용자들은 회사 측에 구매가격의 90%로 환불을 신청했지만, 처리 시점은 미지수라 일부는 손해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택한다. 아직 머지포인트의 사업 축소 사실을 알지 못했던 소규모 가맹점에 남은 머지머니를 모조리 털어버리는 방식이다. 부실화가 예상되는 자산을 영세업자에게 떠넘긴 것이다.
일부 이용자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마치 유용한 정보인양 머지머니 사용이 가능한 가맹점 명단을 이른바 ‘좌표찍기’로 공유하기에 이르렀다. “(머지머니로 구매가 몰려 점주가) 장사 잘된다고 놀랄 듯”이라는 내용의 조롱성 글도 있었다. 또 특정 가게에 수십만원 어치의 머지머니로 상품을 산 것을 안도하거나 자랑하기도 했다. 이를 지적하는 글에는 “자영업자를 걱정하려면 혼자 하라”고 받아쳤다. 여성시대에 올라온 관련 글에는 4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고 한다.
뒤늦게 덤터기를 떠안은 사실을 알게 된 가맹점 측의 후기도 올라왔다. 아버지가 머지포인트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한 네티즌은 “12일 오전 (머지머니 이용자가) 테이크아웃으로 33만원을 털고 갔다”며 “아버지가 폐업 비용도 없어서 대출 받아가며 겨우 가게를 한다. 법적 처벌을 못 받더라도 꼭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업체는 좌표를 본 이용자들이 몰려들면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르는 판매대금을 머지머니로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가맹점주들이 정산을 받지 못하게 될 경우 연쇄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머지머니 털이’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각 커뮤니티에는 이러한 이용자들을 ‘머지거지’라 일컬어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부도 날 어음으로 물건을 사는 행위와 마찬가지라는 취지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어음 소지인이 부도 날 것이 예상되는 어음으로 상품을 구매할 경우 상대방을 속여 상품을 취득하려는 의사가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본다. 사기가 인정될 경우 민사적으로도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좌표찍기’ 등 사기 고의 성립 가능성
그렇다면 이들에 대한 실제 처벌이 가능할까? 우선 이용자들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가맹점에 대한 실제 피해가 확정돼야 한다. ‘머지포인트 피해자’ 카페에서 전해지는 소식으로는 회사 측은 13일 새벽 본사로 모여든 이용자들에게 “환불 사실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머지머니 액면가의 48%를 환불하는 합의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현재의 상황과 회사의 재무 구조 등을 감안했을 때, 머지포인트를 운영하는 머지플러스는 이용자들에게 보상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
현행법상 머지플러스가 폐업할 시 머지머니를 보유한 고객 및 가맹점들은 손실을 보상 받을 길이 막힌다. 머지머니는 전자상품권인데, 지난 1999년 상품권법이 폐지된 후 상품권과 관련한 소비자 피해보상 등 법적인 안전장치는 전무한 상태다. 머지머니를 잠재적인 부도어음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머지머니를 부도어음과 같은 선상을 놓고 비교할 순 없다고 지적한다. 머지플러스가 당장 도산한 상태는 아니라 머지머니의 가치도 ‘0’으로 볼 순 없어 서다. 하지만 머지머니에 대한 대금 회수가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 난다면, 민형사상 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단순히 머지머니를 가맹점에 썼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묻기란 어렵다. 가맹점주를 속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했다는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머지머니 사용 가능 가맹점 리스트를 공유하거나 관련 후기를 작성했다면, 고의적인 사기 정황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실제로 이용자들이 작성한 글을 보면, 머지플러스의 도산을 전제로 한다. 결국 잠재적인 피해를 가맹업자에게 떠넘길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다.
법무법인 바른 백광현 변호사는 “이용자들이 만약 포인트를 회수할 수 없다는 점을 알면서 사용 가능한 가맹점 리스트을 공유하는 등 추가 피해를 발생시켰다면, 사기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논란은 머지포인트가 미등록 상태로 영업을 해온 점이 밝혀지면서 불거졌다. 이후 회사가 지난 11일 기습 공지를 통해 △서비스축소 △머지머니 판매중단 △머지플러스 임시중단 등을 통보하면서 혼란을 빚었다.
서비스를 시작한 2019년 1월부터 발행한 머지머지는 1000억원 이상, 누적 가입자는 100만명에 이른다. 거래규모는 최근까지 월평균 300억∼400억원 수준, 가맹점은 6~8만 곳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회사가 도산할 시 천문학적인 피해자가 양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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