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당일인 15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은 전날에 이어 대규모 걷기 대회를 진행하려 했지만, 광화문·시청 일대를 봉쇄한 경찰에 사실상 차단됐다. 이에 이들은 종로 일대로 몰려가 당원 모집 등의 활동을 벌였고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이 발생하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틀간 두 명의 시민이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체포되는 일도 발생했다.
◇기자회견 저지당한 국민혁명당…“방역 독재”= 15일 국민혁명당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광화문 등 서울 도심에서 ‘문재인 탄핵 8·15 1천만 1인 걷기 운동’을 진행하려 했지만, 경찰이 사전 차단에 나서자 대규모 단체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3시께 동화면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경찰 측이 이마저 차단에 나섰고 결국 새문안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국민혁명당 측은 “방역독재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광복절 도심봉쇄·통행차단 등 불법행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국가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오후 4시께 종로4가 쥬얼리상가 앞으로 장소를 옮겨 “매주 토요일 광화문광장에 나올 것이며 미국 의회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와 유엔 인권위원회에 정부의 실태에 대한 고발 증거들을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길을 왜 막냐”…펜스 앞에서 고성 오가= 광화문에 진입하지 못한 시민들과 경찰들이 충돌하는 일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오전까지만 해도 큰 소요가 없었지만 시간이 정오에 가까워지면서 광화문 인근에서 경찰 저지선을 뚫고 지나가려는 시민들과 이를 제지하려는 경찰관 사이에서 크고 작은 몸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한 시민은 이날 오전 11시 50분께 광화문 방향으로 가는 길목에서 출입이 막히자 경찰 저지선 앞에 드러누워 통행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비슷한 시각 다른 한 무리의 시민들도 통행을 시도하다 제지 당하자 경찰에 욕설을 퍼부었다. 상황이 격화돼 경찰들이 체증을 위한 녹화를 시도하자 무리 중 한 시민은 카메라 앞에서 조롱하는 포즈를 취했다. 오후 1시 20분께 시청역 인근에서는 보수 유튜버들이 길목을 지키고 있는 경찰과 말다툼을 했다.
물리적 거리를 두며 걷기 대회를 진행하겠다는 주최 측의 주장과 달리 서울시청 청사 인근에서는 진입이 막힌 시민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문재인 탄핵’, ‘박근혜를 석방하라’ 같은 구호를 외치는 모습도 발견됐다.
펜스·차벽이 설치된 안쪽 구역은 집회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의 진입이 막힌 반면, 펜스 바깥에서는 다수의 시민들이 모여 앉아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증폭시켰다. 이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앉아 구호를 외쳤지만 경찰은 펜스 바깥의 시민들에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종로로 발걸음 옮긴 참가자들…이날만 2명 현행범 체포 =광화문과 서울시청 인근으로 진입하지 못한 참가자들은 종로 일대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탑골공원 등을 중심으로 모여 4·15 부정선거, 문재인 탄핵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거나 태극기·성조기를 휘두르고 다니며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일부 국민혁명당원은 행인들을 상대로 당원 모집에 나서기도 했다.
경찰이 도심 일대에 차벽과 펜스를 둘러치고 시민들의 통행을 통제하자 곳곳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전날 체포된 남성까지 포함해 총 3명이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오후 2시께 중구의 한 호텔 앞에서 현수막 설치를 제지한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남성 1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오후 4시 40분께 종로2가에서도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남성 1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사건이 발생한 지역을 담당하는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남대문경찰서는 전날 펜스로 경찰을 위협한 50대 남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걷기 대회 참가자들이 몰려든 종로 일대 곳곳에서도 경찰과 시민들이 충돌했다. 오후 4시께 종로4가 쥬얼리상가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 일부 시민들이 몰려들려고 하자 이를 막으려는 경찰과 시민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경찰은 기자회견장 인근을 학익진 형태로 둘러싸며 시민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애꿎은 시민들 통행 불편= 경찰이 펜스와 차벽으로 통행을 제한하자 시민들의 불편도 이어졌다.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 차벽과 펜스로 시민들의 통행을 제한한 경찰은 오가려는 시민들에게 ‘어디로 가느냐’,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일부 시민들이 불편함과 반감을 경찰에게 표하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도심 집회와 관련해 이날 광화문 인근 역사의 일부 출입구를 임시 폐쇄하고, 오후 한때 광화문역·시청역(1·2호선)·경복궁역 등 4개 역사를 무정차 통과 조치했다. 일부 노선버스도 한때 우회 운행을 했다.
이날 서울경찰청은 최대 186개의 부대와 가용 장비를 총동원해 전날부터 집회 차단에 만전을 기했다. 서울 시계 진입로와 한강 다리, 도심 등에 81개소의 임시 검문소를 운영해 대형 버스와 방송 차량 등을 중심으로 검문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한남대교 검문소에서 경찰이 한 대형버스를 막아섰는데, 결혼식 참석을 위해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였던 것으로 확인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