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 방침을 밝힌 지 불과 4개월 만에 아프간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넘어갔다. 미 정치권에서는 ‘바이든표 사이공의 순간’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탈레반을 과소평가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 철군방침이 정해졌고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이행했다는 점에서 두 사람 모두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15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전쟁은 끝났다고 공식 선언했다.
2001년 시작된 아프간 전은 미국 역사상 최장기 해외 전쟁이다. 2001년 9·11 테러 직후인 10월에 시작된 전쟁은 탈레반 정권을 몰아내고 친미 정권을 수립하면서 승리하는 듯했다.
그러나 아프간은 미국 정부에 수렁이었다. 전재에 투입된 비용만 1조 달러에 미군도 2,448명이 숨졌다. 미 정부와 계약을 한 요원도 3,846명, 동맹군들도 1,144명이 사망했다.
트럼프 정부 들어와서 끝없는 전쟁에 대한 회의론이 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알카에다에 근거지 제공을 중단하는 등의 조건으로 5월1일까지 미군을 포함한 동맹군이 철군하는 협정을 탈레반과 맺었다. 새 정부를 이어받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는 게 정치권의 목소리다.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결정했더라도 최종적으로 이행된 것은 이번 바이든 행정부이며 철군 결정 4개월 만에 아프간 전체가 탈레반에 함락될 만큼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상황 판단이 안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막판에 현지 미군 기지와 대사관을 사실상 놔두고 탈출하는 모습은 1975년 베트남전 패전 직전의 ‘프리퀸드 윈드 작전(Operation Frequent Wind)’을 떠올리게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이공의 순간’이 재현됐다는 것인데 동맹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장 마리 게노 컬럼비아대 교수는 최근 NYT에 “서방 국가들은 시리아와 아프간에서의 대실패 이후 자신들이 바라는 대로 세상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며 외부에 관심을 두지 않고 냉소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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