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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반노(反盧) 극에 달한 2007년 대선 데자뷔되나

◆김상용 정치부장

부동산 정책에 민심 분노 높은데

與 대선 주자들 근본 대책은커녕

돈 살포·포퓰리즘 공약만 쏟아내

2007년 대선 패배 이유 명심해야


지난 2007년 12월 19일. 이명박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48.67%의 득표율로, 정동영(22.6%) 대통합신당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한민국 대선 역사상 가장 큰 득표 차이다.

과거 이 후보가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진보 정권 10년을 끝낼 수 있었던 배경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이 후보는 BBK 주가 조작 의혹과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자녀 병역 문제와 비자금 등을 둘러싸고 의혹 제기가 잇따랐다. 당시 정 후보는 이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로 일관했다. 결과는 이 후보(48.67%)가 정 후보(22.6%)를 여유 있게 따돌리면서 대선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국민들의 이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보다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더 컸던 탓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이 치러지는 2007년 신년사에서 “부동산(문제)…죄송합니다. 너무 미안합니다. 올라서 미안하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한 번에 잡지 못해서 미안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 같은 사과에도 성난 민심은 결국 이명박 당시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집을 가진 사람은 정책 실패로 집값만 올려놓고 종부세로 압박하는 정부가 미웠고, 집을 사지 못한 사람들은 집값이 너무나 올라 분노했던 것이다.

내년 대선도 부동산 정책 실패만 놓고 보면 2007년 대선과 비슷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올 5월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와 관련해 처절한 반성문을 썼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의 성과는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결과로 집약되는 것인데 그것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부동산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다”고 고개를 떨궜다. 또 “지난번 보선을 통해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그런 심판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사실상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문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실패 발언 이후에도 부동산 가격은 더욱 상승세를 보인 데 이어 전세 가격마저 상승하는 등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도 높아지고 있다.



성난 민심과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실패 인정에도 불구하고 여권 대선 후보들은 앞다퉈 포퓰리즘 공약만을 내놓고 있다. 최근 서울경제가 여당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에 필요한 재원을 추산한 결과 전체 107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은 시행 첫해에만 19조 5,000억 원이 필요하고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아동수당과 사회출발자금을 위한 재원은 9조 원을 훨씬 웃돈다. 정세균 전 총리가 내세운 미래씨앗통장은 27조 원을 넘어선다. 추미애 전 의원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약에 필요한 재원도 각각 41조 원, 8조 원을 넘을 정도다.

수조 원을 쏟아붓겠다는 이 같은 공약에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공약을 기억할 것을 기대하면 오산이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모든 유권자들이 그동안 학습으로 깨우친 탓이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지난해 총선에서 결혼 축하금 1억 원에 주택 마련 비용 2억 원을 더해 3억 원을 지급하겠다고 내건 공약을 기억하는 사람이 드문 것과 같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당 대선 주자들은 지역 민심에 기대고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민심, 노동계의 지지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근본적인 진단과 대책은커녕 공급 폭탄과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물량 위주의 접근만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돈 살포 공약과 주택 공급 확대가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멀게 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유권자들은 성실하게 일할 수 있는 직장과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집 한 채, 안정적인 전세 가격 등 기본적인 것을 바란다. 2007년 대선의 데자뷔 가능성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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