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시사했다는 소식에 1% 안팎씩 하락했습니다.
사실상 연준이 공식적으로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을 드러낸 날인데요. 다만, 연준은 조심스러웠습니다. 2013년의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 경험 탓일 텐데요. 오늘은 7월 FOMC 의사록과 긴축발작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FOMC 7월 의사록…“대다수, 경제지속 개선 시 연내 테이퍼링 실시”
7월 의사록에서 기억해둬야 할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 다수 위원들, “경제 폭넓게 개선 이뤄지면 연내 테이퍼링 적절”
② 인플레 지표는 이미 만족. 고용은 거의 가까워져
③ 일부는 테이퍼링 개시 시점으로 내년 초 제시. 신중함 드러나
④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은 관계 없어. 매입축소 비율 국채와 MBS 동일
우선 의사록을 보면 “대다수의 위원들은 앞은 내다봤을 때 경제가 예상대로 폭넓게 개선한다면 올해 자산매입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나옵니다. 여기에서 나오는 ‘대다수(most)는’ FOMC가 이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봐도 되는 표현입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가장 많은 이들이 그렇게 판단했다는 것으로 최소 과반 이상,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전했는데요.
의사록은 또 인플레는 연준의 정책목표(평균 2%)를 만족했고 고용은 거의 가까워졌다고 했습니다. 7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4.3% 증가니까 오래 전에 인플레는 충족한 상태죠. 고용은 7월에 94만3,000개 증가했었습니다. 연준 내에서 고용이 80만 개 이상, 한두 달 더 지속하면 테이퍼링 조건이 된다는 얘기가 나왔던 만큼 상당히 근접한 상황입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7월 의사록을 보면 연준이 연내 테이퍼링 개시를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로써 16일 있었던 월스트리트저널(WSJ)의 9월 테이퍼링 발표, 11월께 개시 보도가 사실임이 입증됐습니다. 당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이 시장이 별 반응이 없던 이유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공식발표가 없고, 긴축발작 우려가 덜 하기 때문이라고 한 것을 두고 ‘3분 월스트리트’에서 반만 맞는 얘기라고 전해드렸었는데요. 실제로 그렇게 됐습니다. 연준의 시장과의 의사소통 창구 가운데 하나가 언론입니다. 중요 보도에 대해서는 다른 곳들도 반드시 확인작업을 거치기 때문에(미국은 더합니다) 유력 매체에서 잇달아 관련 보도가 나온다면 “뭔가 있구나”라고 생각하시는 게 맞습니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신중함…테이퍼링, 시행시점 두고 여전히 이견
앞서 의사록에서 고용이 기준에 가까이 왔다는 내용을 전해드렸는데요. 이는 뒤집어 보면 고용이 마지막 변수라는 얘기가 됩니다. 9부 능선을 넘었지만 마지막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그런 여지를 남겨둔 것인데요.
의사록을 보면 다수의 참석자는 몇 달 내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지만 일부는 “내년 초가 더 적절하다”고 했습니다. 이는 고용 때문인데 추가로 여러 리스크가 있습니다. 델타변이도 그중의 하나인데요.
델타변이의 영향은 광범위합니다. 경제활동을 줄여 성장률을 낮추고 일자리 회복을 더디게 하며, 이슈인 물가상승률을 낮출 수 있습니다. 델타변이 확산에 공장 가동이 다시 멈춰 공급망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월가에서는 수요감소에 따른 가격하락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습니다.
WSJ은 “일부에서는 병목현상에 따른 인플레가 더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을 우려하면서 자산매입이 인플레를 악화한다고 보는 반면 다른 쪽은 최근의 가격압박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역사적으로 낮은 금리에도 인플레가 2% 미만을 유지했던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는데요.
테이퍼링 시행 시점을 두고 아직 이견이 있다는 점도 연준이 신중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델타변이에 대한 불확실성과 2013년의 긴축발작을 재현하지 않기 위해서죠. 의사록에서 위원들이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을 기계적으로 연결하면 안 된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특히 연준은 사실상 연내 테이퍼링을 하겠다는 방침에도 정책을 뒤집을 공간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파월 의장인데요. 상황을 봐서 아닌 것 같다 싶으면 파월 의장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식으로 나올 수 있는 거죠.
정책분야에서는 흔한 일입니다. 내부적으로는 방향을 정했지만 시장이나 국민반응에 따라 정책수장(장관이나 중앙은행 총재, 때로는 대통령)이 마지막에 트는 것이죠. 우리의 “최종입장은 이거다”가 되는 셈입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또다른 관계자는 “연준이 굉장히 조심스러운 것 같다”며 “내부적으로 여전히 테이퍼링 시점이 논란”이라고 했습니다.
“잭슨홀미팅은 마지막 ‘2분 경고’”…시장 테이퍼링에 적응시작 발작은 없을 듯
이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이달 말 잭슨홀 미팅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리버프론트 인베스트먼트 그룹 케빈 니콜슨은 이날 “잭슨홀 미팅은 연준의 테이퍼링에 대한 2분 경고”라고 빗댓는데요. 2분 경고는 미식축구에서 전반과 경기 끝나기 2분 전에 알려주는 것을 말합니다. 잭슨홀미팅에서 파월 의장이 정책변화를 시사하면 정말 바뀌는 것이고(다만, 정말 막판) 두루뭉술하게 나오거나 부정적 얘기를 하면 시행시점을 두고 다시 혼란에 빠지는 것이죠.
어쨌든 월가에서는 통화정책이 바뀌는 과정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날도 의사록 공개 직후 급락하면서 증시가 1% 안팎씩 빠졌죠. 이번 가을, 10% 내외의 조정을 얘기하는 이들이 많은데요.
최소 상승을 멈추고 투자자들이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도 있습니다. BMO 웰스매니지먼트의 수석 투자전략가 융유 마는 “큰 변화가 있을 때는 약간의 불확실성이 있다"며 “시장이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기 위해 잠시 멈춰설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반대로 조정은 충분히 가능하나 큰 그림으로 보면 여전히 오를 것이라는 이들도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긴축발작 가능성이 낮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라는 점입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증시에는 이렇다 할 호재가 없었고 밸류에이션 부담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이 증시가 빠지는 이유를 찾은 격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2013년 경험도 있고 이번엔 연준이 최대한 립서비스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금리가 오르면 위험자산의 부담은 커지겠지만 발작까지는 아닐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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